‘브라우니’(오른쪽)가 인기를 끌자 ‘허스키’(왼쪽)가 자신이 시베리안 허스키 봉제인형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타조·아이돌 제공
‘블랙 컨슈머’를 희화화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정여사’ 코너에서 정여사가 데리고 나오는 강아지 봉제인형 ‘브라우니’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원조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인형 ‘허스키’ 때문이다.
브라우니는 정여사에 출연하는 개그맨 정태호, 송병철, 김대성 씨와 함께 1일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3개월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제일모직 측은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특급 대우를 했다고 밝혔다. 브라우니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 수도 17만 명을 넘어섰다.
인형업계에 따르면 방송에 처음 등장했던 인형은 ‘허스키’였다. 그리고 원래 ‘브라우니’라는 이름도 모닝글로리가 생산하던 곰 인형의 이름으로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었다. 브라우니의 탄생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브라우니와 허스키 엇갈린 운명
간단한 ‘스펙’부터 비교해 보자. 허스키는 1995년생, 브라우니는 2012년생이다. 품종은 둘 다 썰매를 끄는 ‘시베리안 허스키’다.
허스키(아이돌 제품)의 키는 52cm, 브라우니는 60cm이다. 값은 허스키가 5만7000원, 브라우니가 7만5000원. 허스키는 아이돌, 토이클럽, 비비랜드 등 여러 인형업체가 만들고 있다. 브라우니는 드림토이가 만든다. 브라우니는 ‘정품’ 타이틀을 달고 떳떳하게 팔리지만 허스키는 ‘짝퉁 브라우니’ 취급을 받고 있다.
한 인형업체 관계자는 “원래 시베리안 허스키 봉제인형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 국내 업체가 일본에서 판매되던 시베리안 허스키 인형을 본떠 만든 게 시초”라고 전했다.
○ “브라우니는 원래 허스키였다”
허스키를 만든 인형업체 아이돌의 서범석 대표는 “개콘이 첫 2개월은 우리가 만든 허스키 인형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일부 모양을 바꾼 인형을 내보내며 ‘정품’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브라우니 측인 타조 관계자는 “인형이 바뀐 건 맞지만 아이돌이 만든 허스키가 원조인지 알 수 없고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아이돌은 중국 칭다오(靑島)에 공장이 있는 인형 제조업체로 에즈에버가 작년 2월 파산하면서 바꾼 상호다. 한국에는 경기 부천시에 유통사무소만 두고 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아이돌은 1995년 시베리안 허스키의 모양을 딴 허스키를 개발했다. 그는 “당시 인형업계에서 상표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데다 허스키는 매년 20∼30개씩 나오는 신상품 중 하나일 뿐이라 별도 등록 없이 판매를 해왔는데 최근 모조품이 넘쳐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브라우니가 인기를 얻으면서 허스키 판매량도 매월 1만∼2만 개에서 10만 개로 늘긴 했지만 썩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 “브라우니 인기에 무임승차”
브라우니가 개콘에 등장한 것은 사실 우연한 결과였다. 원래 개그맨 정 씨는 정여사를 기획하면서 경찰견으로 쓰이는 도베르만 품종의 강아지 인형을 쓸 생각이었다. 강아지의 위엄 있는 모습이 허풍을 떠는 정여사의 모습과 대비돼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소품실에 있는 건 시베리안 허스키 인형뿐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허스키가 귀여운 외모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8월 말 위닝인사이트와 타조는 아예 ‘브라우니’라는 인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비슷한 인형들이 이미 ‘브라우니’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고, 방송에 쓰는 인형도 소품실에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 보니 지저분하고 군데군데 흠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조 측은 “당시 허스키를 제조하던 인형업체가 여럿 있었지만 원조가 어딘지 명확하지 않아 드림토이에 생산을 위탁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만든 브라우니는 정여사의 ‘고급’ 이미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왕관을 씌웠고 브라우니의 이니셜인 알파벳 ‘B’ 모양 목걸이를 달았다. 눈 색깔은 파란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꿔 무서운 느낌을 없앴고 정태호 씨처럼 굵은 눈썹을 그려 넣었다. 왕관에는 브라우니가 썰매 끌기 대회에서 3관왕에 올라 받은 상품이라는 스토리까지 입혔다.
이어 9월에는 타조가 모닝글로리로부터 브라우니라는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인수했다. 이렇게 해서 10월 초 정품 브라우니가 출시됐다. 방송에 나오는 인형과 동일한 크기의 인형은 5000개만 판매하며 ‘혈통인증서’까지 발급한다. 수익금의 일부는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다.
허스키가 브라우니의 원조라는 주장에 대해 타조 측은 “브라우니가 인기를 갖게 된 것은 정여사 때문이고 우리가 제품을 개발해 정식으로 마케팅을 펴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스키가 상표권이나 저작권 없이 브라우니의 인기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브라우니 논란, 법정에 갈까
조만간 브라우니를 둘러싼 송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돌의 서 대표는 브라우니를 생산하는 드림토이와 ‘허스키 모조품’을 제조하는 토이클럽, 비비랜드 등에 대해 디자인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브라우니는 허스키의 눈썹을 바꿔달고 왕관과 목걸이를 더한 것뿐인데 정품 행세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한편 타조 측도 모조 브라우니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타조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된 모조품이 부산항으로 수입돼 경남지역에서 브라우니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고 있다”며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을 신청해 놓았는데 약 3개월 뒤 저작권 등록을 완료하면 디자인 침해에 대한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