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돈으로 운영되는 생협 병원… “돈 욕심에 과잉진료할 이유 없어요”어린이집도 “부모뜻 반영”… 읽고 쓰기보다 맘껏 뛰놀게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의 협동조합 요양원인 ‘꿈꾸는 집’ 입주 할머니들이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요양원은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7개 시설 중 하나다. 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혈압을 재고 고혈압 처방을 받는 것 외에도 시큰거리는 무릎관절부터 감기 증세 이야기까지 이 의원의 최주성 원장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진료시간이 길어져도 최 원장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황 씨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황 씨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의료협동조합 병원이기 때문이다.
황 씨는 “환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이 생겼다고 해 3년 전 가입했다”며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안산지역에 새안산의원을 비롯해 치과, 한의원 등을 운영하는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은 2000년 7월에 설립됐다. 2003년 10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5500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 조합원은 최소 출자금 1만 원 이상을 내고 13명의 이사를 선출해 병원들을 운영한다.
한상운 안산의료생협 경영지원실장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하는 만큼 항생제 과다 처방, 과잉진료 등의 염려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새안산의원의 최 원장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떳떳하게 의술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 부문의 협동조합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 2001년 4월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 설립된 ‘영차 어린이집’은 이 지역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세운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30일 이 어린이집에서 만난 송미림 교사(46·여)는 “우리 어린이집의 교육목표는 ‘아이를 아이답게 기른다’는 것”이라며 “학부모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읽기, 쓰기 등은 가르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울대와 국민대 등 30여 개 대학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에게 싼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산=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