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별 지지-반대 이유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대선 후보 ‘빅3’ 지지자들은 세 후보의 강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륜, 안보관, 개혁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각 후보에게 이런 강점이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지, 어떤 이유로 불신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봤다.
○ “이래서 지지한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강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계승 △깨끗하고 친서민적 이미지 △풍부한 국정경험 등이 꼽혔다. 20∼50대 남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원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문 후보가 그를 가장 잘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답변이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나왔다. 특히 권위를 버리고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혔다. 부산 부산진구의 송모 씨(51)는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소통 마인드가 있는 데다 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구 달성군의 박모 씨(36)는 “국정운영에 상당한 경험이 있고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정치적 기반도 탄탄하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새로운 정치 △정치·경제개혁 △무소속 등을 강점으로 봤다. 기존 정치행태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경기 구리시의 정모 씨(28·여)는 “기존 정치에서 탈피해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광주 북구의 김모 씨(50)는 “정치이념과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묵은 정치의 때를 벗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정 경험이 다소 부족해도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념을 가졌기에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 “이래서 싫다”
박 후보에게는 ‘불통’ ‘독재자의 딸’이라는 악평이 많았다. 인천 서구의 유모 씨(25·문재인 지지)는 “고집이 세고 소통을 하지 않는 자세가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했다. 제주 제주시의 조모 씨(44·여·안철수 지지)는 “군사정권의 그늘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자신의 권위 속에 갇혀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의 ‘신선함’도 안정적인 정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안하게 비쳤다.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제대로 국정운영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제주 제주시의 윤모 씨(52·박근혜 지지)는 “정치나 국정경험이 없어 불안하다. 초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의 주모 씨(46·문재인 지지)도 “초보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 치명적 ‘아킬레스건’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선 지지자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40, 50대 지지자들은 “부모의 잘못을 딸에게 덮어씌우면 안 된다. 박정희 정부가 이뤄낸 공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20, 30대 지지자들은 “더 과감히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이 털어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불거진 문 후보의 안보관은 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오히려 더 결집하는 모양새다. 경기 의왕시의 이모 씨(26·여)는 “실체가 없는 비판”이라며 “(상대 후보와 언론이) 근거도 없이 ‘좌파’라고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안 후보 지지자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문 후보가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견과 ‘새누리당의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의견이 맞섰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