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신행정수도-MB, 한반도 대운하 대형공약 내세워 뜨거운 논쟁 불러 이번 대선 이슈 실종… 경제민주화 합창만
“정책을 수없이 발표하는데도 정책 기사는 묻히고 제가 중학교 때 입었던 비키니 사진기사가 1등이 되고, 댓글도 수천 개가 달리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지난달 31일 이번 대선에서 정책 이슈가 관심을 못 받는 데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렇지만 공약 경쟁 실종을 언론이나 유권자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선거가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 후보를 비롯해 어느 후보도 누구나 한결같이 말하는 공통의 어젠다 이외에 자신의 정책 철학을 선명하게 드러낼 경쟁 어젠다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16대 대선에선 2002년 9월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가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았다. 네거티브 이슈에 휩싸여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패배했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 정책 대결이 관심을 끌었다. 그해 3월 이 후보는 경제공약인 ‘747 비전’을, 박 후보가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바로 세우는)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내내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나온 것은 한 해 전인 2006년 10월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만 합창하는 역대 최악의 게으른 선거”라며 “이러니 ‘빅3’의 팽팽한 지지율 씨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대선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