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성공하는 방법’
자녀의 성공은 과연 지능지수(IQ)와 시험 성적에 비례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을 지낸 폴 터프가 이 물음에 답하는 신작을 내놓았다. ‘자녀가 성공하는 방법(How Children Succeed)’이다. 9월 초 출간돼 5주 이상 여러 언론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올라 있다.
그는 광범위한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교육 현장을 둘러본 뒤 양 극단을 설정해 얘기를 풀어나간다. 어릴 때부터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자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지가설’을 믿는 쪽과 지식보다 패기, 호기심, 실패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대쪽의 주장을 두루 살폈다.
하지만 저자는 넉넉한 환경에서 부모의 지원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간 자녀들의 인생이 모두 성공적이진 않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저자는 “이들 가운데는 30대가 지나 큰 낙담과 실패를 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한번도 역경을 맞아본 적이 없고 ‘헬리콥터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캐릭터를 만드는 훈련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사례들을 소개했다(저자는 그 확률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한다). 시카고 할렘가에서 태어나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학교에서 폭력만 일삼아 퇴학 직전까지 갔던 여학생은 지금 놀랍게도 대학에서 미용학 학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자는 또 다른 사례로 절대 빈곤에서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커피숍에서 어린이 소설을 써 출판하기까지 출판사로부터 12번 거절당했던 싱글맘을 소개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다.
저자는 자녀가 어릴 때는 최소한의 요구만 충족시켜주고 지나친 사랑은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 대신 ‘자녀와의 스킨십’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한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는 물러서 있으라고 조언했다. 부모가 물러서지 않으면 자녀 스스로 숨겨진 자신의 캐릭터, 호기심, 투지와 기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제안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부모 노릇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