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아시아/장세진 지음/312쪽·1만5000원·푸른역사
베트남에 파병된 해병대 청룡부대원. 푸른역사 제공
하지만 한국은 자발적으로 파병을 제안했다. 1965년 1차 파병 당시 한국 사회는 축제에 참여하듯 아찔한 도취와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1969년 발표돼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는 ‘의젓하게 훈장 달고 돌아온 김 상사가 내 맘에 꼭 들었다’며 이 전쟁을 ‘명랑’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김 상사의 훈장은 아마도 베트남인을 전장에서 죽인 대가로 받은 것일 터이다. 우리 젊은이를 전쟁터로 보내면서, 그것도 우리와 유사한 식민지 경험을 한 베트남인과 싸우러 가면서 집단적으로 열광한 이유는 뭘까.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광복 후 한국 사회의 집단적 냉전 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그러고는 ‘한국 지식인들의 아시아 기행(1945∼1966)’이라는 부제처럼, 광복 직후부터 베트남전쟁 파병이 시작된 시기까지 20여 년간 한국 지식인들이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남긴 기행문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인식의 변천사를 추적했다.
1947년 미군정 보건후생부 부녀국장이었던 고황경(1909∼2000)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범아세아대회’에 문화사절단으로 참여한다. 이 대회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 경험’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조선의 처지는 달랐다. 일본군을 도와 동남아시아인을 괴롭힌 조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시아 곳곳에 존재했다. 실제로 당시 많은 조선인이 동남아시아를 정복하면 그곳에서 일본인 바로 다음의 ‘2등 국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왜 제목이 ‘슬픈 아시아’일까. 저자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연대하기보단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 특히 그것이 각 나라의 의지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싸움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