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녀/한희숙 지음/140쪽·9000원·문학동네
의녀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각 지방에서 뽑혀 올라와 ‘천자문’ ‘효경’ 등으로 글을 깨우치고 기초의학을 배웠다. 의녀는 초학의, 간병의, 내의녀 3단계로 나뉘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내의녀로 뽑혔지만 마흔 살이 지날 때까지 전문 분야를 갖지 못하면 내쳐졌다.
의녀의 신분은 천민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돌봐야 했던 의녀는 내외법에 구애되지 않는 ‘여종’이어야 했다. 교육 받은 여성이었지만 높은 사람의 시중을 드는 천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 하지만 의녀가 되면 임금과 왕실 사람들을 만나는 영광을 얻었다.
양반집에 불려가 약방 기생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 후기 양반들은 흥을 돋우기 위해 교양을 갖춘 의녀를 불러 잔치의 격을 높이려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의녀도 있었다.
조선시대 여성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형사, 기녀 등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던 의녀는 역할이 모호한 점은 있었으나 분명 전문직이었다고 설명한다. 의녀 외에 조선시대 의과제도와 의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다뤘다. 성종 때 활동했던 의녀 장덕과 귀금, 중종의 사랑을 받은 의녀 대장금 등 인물 중심으로 다룬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얼마간 딱딱한 문체, 사료에 대한 배경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