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디어스 스티븐스 전 하원의원은 이를 두고 “19세기 가장 위대한 법안은 미국에서 가장 순수한 남자가 거들어준 부패로 통과됐다”고 촌평했다. 사후에 링컨의 이미지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이상주의자이자 투사로 채색됐다. 올여름 한국에서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링컨: 뱀파이어 헌터’에서는 링컨이 대통령 신분으로 직접 도끼를 들고 노예 소유주와 싸운다. 이 영화에서 노예 소유주와 남군 일부는 흡혈귀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 흡혈귀이고, 흥정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다.
▷이 영화에 나오는 흡혈귀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 그렇기에 링컨의 도끼에 흡혈귀들이 죽음을 맞거나 영화 끝부분에서 북군이 흡혈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는 모습은 끔찍한 학살로 보이기도 한다. 여름 시즌용 액션 영화에는 고결한 영웅과 거침없이 죽여도 되는 절대 악(惡)이 필요하고, 이 영화에선 그걸 각각 링컨과 남군이 맡은 셈이다. 노예를 해방시키겠다며 감정과 지적 능력을 지닌 존재에게 망설임 없이 도끼를 휘두르는 영화 속 링컨은 흡혈귀로부터 “신념의 노예”라는 조롱을 듣는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