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개발을 이끈 이상혁 최고개발책임자(CDO)는 “카카오톡이 아시아 1위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카카오 제공
당시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무엇이든 ‘사용자 10만 명짜리 서비스’ 하나만 만들자는 것. 하지만 되는 게 없었다. 이 CDO는 “당시 미국에선 이미 ‘최종목적지 서비스’가 되겠다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벤처투자자들이 늘고 있었다”고 했다. 최종목적지 서비스란 자체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웹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 미국의 페이스북, 구글 같은 서비스 얘기다. 한국도 미국도 이미 성공한 웹서비스가 너무 커 더이상 새로운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가 지배하던 때였다.
모바일을 택한 건 도박이었다. NHN을 나와 아이위랩(현 카카오)을 세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당시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 접자”고 최후통첩을 하고는 그해 4월 미국에서 아이폰 7대를 사왔다. 국내에서 아이폰이 팔리기 7개월 전 일이었다. 이 CDO는 “그때 아이폰은 ‘담달폰’(다음 달에나 나올 폰)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에서 팔릴지조차 불투명했다”고 말했다.
이러저런 앱을 만들다 2010년 2월 초에는 메신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제품이 완성된 건 3월 19일.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라가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년 이상 노력해도 불가능했던 10만 명 가입자가 단 이틀 만에 모였다. 이후 카카오톡은 한국을 넘어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카카오톡 사용자는 63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공유 서비스 ‘카카오스토리’, 모바일게임 플랫폼 ‘카카오 게임’ 등 카카오톡을 이용한 관련 서비스도 연이은 성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CDO는 이런 성공의 배경을 “모든 것을 모든 직원에게 공개하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직원들은 ‘카카오 아지트’라는 모임 앱을 통해 회의를 대신한다. 일반인도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이 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이나 팀 회의, 업무 보고 등 대부분의 일을 한다.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모두가 모든 팀의 일을 볼 수 있다. 직원 사이에는 서로의 연봉 말고는 비밀이 없다.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아지트에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멋지다”는 댓글이 달린다. 이런 댓글을 단 사람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린다. 체계도, 조직도 없지만 이런 팀의 회의록과 중간성과가 모든 직원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서 열심히 일한다.
이 CDO는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 문화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최근 동남아 메신저 시장을 살피기 위해 태국에 다녀왔다”며 “필요해서 해외 출장을 가겠다고 하면 짧게는 2, 3일, 아무리 늦어도 보름 내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발 직군의 직원들에게만 주는 혜택이다. 인사, 회계, 홍보 등 이른바 ‘지원부서’ 직원들은 이런 혜택이 없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