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쉽니다’ 단순 알림 대신 에피소드 등 다양한 방식 활용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 선사
매일 아침 좋아하는 웹툰의 새 에피소드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회사원 김나현 씨(26·여). 한 주 내내 손꼽아 기다렸던 웹툰이 제때 올라오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게시판에 ‘담당자님 지금 주무십니까?’ 하고 댓글을 달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주는 쉽니다’ 하는 갑작스러운 휴재(休載) 공지가 걸리면 더럭 분노가 일기도 한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은 이따금 사정상 업데이트가 어려울 경우 연재를 쉰다며 휴재를 알린다. 보통은 포털 담당자 측에서 ‘○○○ 작가의 △△△는 이번 주 작가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 정도를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이 직접 간단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려 올리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휴재를 알리면서 작가 본인이 느끼는 독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독자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상쇄하기도 한다.
휴재 공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작가가 평소에 얼마나 성실했느냐와 작가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2주 전 2화를 쉬었던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평소 긴박한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로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만큼 휴재 공지가 나간 뒤 “열심히 하셨으니까 쉬셔도 된다” “푹 쉬고 더 좋은 작품 만들어 달라. 기대하겠다” 등의 격려성 댓글이 많이 달렸다.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의 네온비 작가는 자신의 생활 이야기를 작품 속에 털어놓다 보니 휴재를 알려도 사정을 잘 아는 독자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오히려 건강을 염려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휴재가 자주 이어지는 작가는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웹툰을 평가하는 별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는 등 이름을 알린 한 유명 작가는 스토리상 비약이 심하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휴재를 선언했다. 그러자 평소 불규칙한 업데이트에 불만을 품었던 독자들이 “지난주에 작가가 사인회 다니는 것 봤다”며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결국 평점이 꽤 크게 하락하면서 작가는 ‘두 달간 휴재’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