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11월 중순 재발사 추진 <동아일보 2012년 10월 29일자 A1면>
《 2003년부터 추진해 온 나로호(KSVL-Ⅰ) 프로젝트가 2009년 8월, 2010년 6월 두 차례의 발사 실패에 이어 2012년 10월 26일 3차 발사를 불과 5시간여 앞두고 또다시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매몰비용(Sunken cost)이 클 수밖에 없는 우주산업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주산업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각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매몰비용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 등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
○ 매몰비용과 합리적 선택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지난달 24일 3차 발사를 위해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80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나로호는 3차 발사를 앞두고 1단 로켓의 고무 재질 부품에 문제가 생겨 이달 중순으로 발사가 늦춰졌다. 동아일보 DB
나로호 개발에는 초기 개발비 5000억 원을 포함해 발사비 등 8000억 원이 넘는 매몰비용이 들어갔습니다. 나로호의 발사 실패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매몰비용이 지출될지 모른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로호 개발은 계속 투자할 만한 사업일까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선진국도 한국과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다른 산업으로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선진국의 우주산업 투자
100% 자국 기술로 만들어진 일본의 H2A 로켓은 한국의 다목적 위성 아리랑3호를 발사한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인공위성 발사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본도 이 로켓을 만드는 데 20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들었고 여러 차례 실패도 했습니다. 실제로 H2A 로켓의 전신인 H2 로켓은 1998년 2단 엔진 문제로, 1999년에는 1단 엔진 문제로 발사에 실패합니다. 2000년에는 N5 로켓 3호기 발사에 실패하면서 일본은 3년 연속 로켓 발사에 실패합니다. 3년 뒤에는 H2A 로켓 6호기 역시 보조로켓 분리 문제로 실패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자국의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H2A의 결함을 바로잡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이후 H2A 로켓 15회 연속 발사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 나로호의 경제적 파급 효과
나로호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 나로호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3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투자비용의 3∼4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효과입니다.
우주산업은 연쇄효과(Linkage effect)가 매우 큰 산업입니다. 연쇄효과란 한 산업의 발전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말합니다. 1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나로호 제작 기술과 같은 우주기술은 전기·전자를 비롯해 기계, 화학, 신소재 등 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집약체입니다. 이 때문에 우주산업에는 자동차산업의 3배에 이르는 기술 파급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은 미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많이 뒤져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1970년 자체 로켓을 발사했지만 한국은 2020년경 자체 로켓을 발사한다는 목표만 세워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산업에 계속 투자해야 할까요? 이와 비슷한 논란이 1970, 80년대에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둘러싸고 벌어졌습니다. 그때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비교우위론 등의 경제학 이론을 들어 가며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기술이 미국, 일본 등보다 떨어지므로 다른 산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지금 한국은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우주 공간으로의 도약이 부의 창출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는 매몰비용이나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것도 알아두세요
▼ 투자금 아까워 사업 강행… 27년간 큰손실 ‘콩코드 오류’… 비합리적 결정 대표사례로 ▼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비(非)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됩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 또는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합니다.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입니다. 1947년 세계 최초로 초음속 전투기가 개발된 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 기술을 여객기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료를 소모해야 하는 반면에 태울 수 있는 승객 수는 100명 내외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초음속 여객기 개발을 공식으로 포기했습니다.
이경재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후 경제학에서는 수익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들어간 투자금이 아까워 포기하지 못한 콩코드 사업을 매몰비용으로 인한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대표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①기준 ②기회 ③거래 ④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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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방법
◇응모 마감 및 당첨자 발표
△응모마감: 7일(수) 오후 5시
△시상: 추첨을 통해 정답자 1명을 선발해 ‘갤럭시노트10.1(와이파이 전용·사진)’ 1대를 상품으로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 12일(월) 동아경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aeconomy)에 게재합니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이경재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