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축 이동과정에서 G2 국지적 분쟁 가능성… 긴장속 공존 선택할수도
중국이 경제력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날이 오더라도 곧바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제시한 ‘헤게모니(hegemony)’ 개념을 빌리자면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물리력(force)과 동의(agreement)라는 두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이 조만간 동남아시아 약소국을 제압하는 지역강국이 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군사 대국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미국이 항공모함 11척으로 전 세계 바다를 순찰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이제 막 항공모함 하나를 가지려 하는 참이다.
동의의 측면은 더 취약하다. 중국은 아직 낡은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미국이 전 세계에 전파한 자유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이 동의할 만한 새로운 사상과 가치를 제시하고 문화 헤게모니까지 장악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국제정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다수의 핵무기를 바탕으로 상대방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두 강대국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정치적 지역적 영향력을 양분하면서 긴장된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다. 신(新)현실주의가 주장하는 ‘미-소 양극 체제의 안정성’이 재현되는 셈이다.
국제정치 무대의 초강대국들이 서로 갈등하느냐, 화합하느냐는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고 주장하는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향후 미-중 관계의 미래는 이번 주 등장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포함한 양국의 리더들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