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고 했던가. 부모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친구와 ‘암호’로 카톡 대화를 한다는 초등 6학년 A 군(13·서울 양천구)을 최근 만났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원 네 곳에 다니는 A 군. 그가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갈 수 있는 날은 일요일이 전부다. 얼마 전 토요일 밤 친구인 B 군, C 군과 함께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 PC방에 가자고 약속한 A 군. 그런데 일요일이 되어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A 군의 어머니가 대뜸 방에 들어오더니 “가족이 다같이 외출하니 옷 입으라”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이 군의 뇌리엔 ‘일요일에 PC방 갈 시간만 되면 최근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건 어머니의 노림수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엄빠(학생들이 엄마와 아빠를 줄여 부르는 은어)가 자꾸 내 카톡 대화를 체크하는 것 같아. 어제도 학원 갔다 와서 씻고 나오는데 엄마가 내 방에서 급히 나오셨어. 수상해.”
“헐, 대박∼! 그럼 우리 일요일에 PC방 가자고 얘기한 것 다 아신 것 아니야?”(C 군)
“우리 엄마도 다 알고 계신 것 같아. 너네랑 놀려고 약속 잡아 놓으면 그때마다 외식하러 가자면서 끌고 나가더라고.”(A 군)
결국 A 군이 결론을 내렸다.
“좋아! 그럼 ‘못 간다’고 할 때는 사람이 번개를 맞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쓰자.”(B 군)
“괜찮네. 아참, ‘열렙’(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게임 레벨을 올리는 일을 뜻하는 은어) 같은 단어도 쓰지 말아야 돼. 앞으로 ‘열렙 중?’이라고 묻는 대신 사람이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자.”(C 군)
몇 주째 친구들과 이 같은 비밀작전을 벌이는 A 군.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A 군의 어머니는 때맞춰 방문을 두드린다.
“아들! 엄마랑 마트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