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간 이어온 리듬…노년층 생활 습관에 딱
전북 익산시에 사는 이우경 씨(36)는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에는 인근 북부시장에 장을 보러 나선다. 익산 북부시장(솜리장)은 평소에는 평범한 중소도시 재래시장이지만 5일장이 서는 4일과 9일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제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 면에서 인근 대형마트와 경쟁할 정도가 됐다.
강원 정선 5일장에는 한 해에 30만 명이나 되는 외지인이 몰려든다. 경기 모란장, 충청도 금산장, 전라도 벌교장, 경상도 기계장, 강원 봉평장 등 지역을 대표하는 5일장들도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지방자치단체의 효자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시장경영진흥원은 평창올림픽시장과 제주시민속장 등 5일장을 ‘특성화시장’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후원을 시작했다.
한때는 구습으로 여겨지던 5일장이 전국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을 순회하면서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 상인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이들은 토·일요일에 사람이 몰리는 상설시장보다는 평일에도 장이 서는 5일장 시스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몰리는 5일장은 활력과 재미가 넘쳐나기 마련이다. 또한 지자체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5일장을 지역 관광지와 연계하기 시작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5일장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협력적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파주점·파주운정점은 11월부터 인근 금촌 장날에 맞춰 매달 이틀씩의 휴무일을 결정했다. 파주시 의회가 적극 나서 “5일장이 서는 날 대형마트가 쉬어야 모두에 이익이 된다”라는 공감대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시장경영진흥원 김영기 홍보팀장은 “5일장이 살아나는 이유는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에서 만날 수 없는 푸짐한 인정과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접목했기 때문이다”면서 “앞으로 이를 제도화할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