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0만원어치 턴 ‘택시기사 절도단’ 9명 적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택시기사 김모 씨(48)가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히터 온도를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회식 자리에서 과음하고 택시에 탄 회사원 정모 씨(35)의 눈은 차 안 공기가 따뜻해지자 금세 감겼다. 김 씨의 눈은 커졌다. 그는 잠든 정 씨의 품을 뒤져 시가 90만 원 상당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4S를 찾아냈다.
김 씨 등 택시기사 9명은 올해 2월 ‘홍대 친목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스마트폰 절도를 시작했다. 마포구 홍익대 정문 등 유흥가에 택시를 줄지어 세워 도로를 독차지한 뒤 만취 손님만 골라 태우는 게 이들의 수법. 바지 속에 주머니 달린 자체 제작 무릎보호대(사진)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이곳에 숨긴 뒤 적발되면 “다른 곳에서 잃어버리고 날 의심하느냐”고 따지는 ‘노하우’도 공유했다. 이렇게 훔친 스마트폰 30대(시가 3100여만 원)는 ‘리더’ 윤모 씨(48)에게 모였다. 그는 회원들이 훔쳐온 스마트폰을 모아 장물업자에게 팔았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최근 홍대 앞에서 윤 씨의 택시를 뒤쫓아 승객이 내린 뒤 검문했다. 그의 무릎보호대에서 방금 훔친 스마트폰이 발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5일 범행을 주도한 윤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친목회 택시 기사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