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전희철 코치 대학 땐 둘도 없는 라이벌… 자존심 센 데다 성격은 판이그들이 뭉친 SK, 잘 굴러간다… 어느덧 단독선두, 남 보란듯
이 두 사람. 다들 감독, 코치 관계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 차도 별로 없고 대학 땐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둘은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춘 지 두 시즌 만에 만년 하위이던 SK를 강팀으로 바꿔놨다. 경기 도중 작전을 지시하는 문경은 감독(오른쪽)과 전희철 코치. 동아일보DB
“감독님, 오늘은 코치 아닙니다!” 2011년 6월에 열린 ‘추억의 라이벌, OB 고연전’에서 전희철 코치(왼쪽·고려대)가 문경은 감독(연세대)을 악착같이 수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선입견이 따라다니던 ‘문전 콤비’가 이끄는 SK가 올 시즌 프로농구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란 듯이 단독 선두(8승 2패)를 달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문 감독도 “6강을 목표로 했다. 이렇게 잘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했다.
SK의 한 직원은 “성격만 놓고 보면 문 감독과 전 코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향이 팀을 이끌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포근한 ‘형님 리더십’의 문 감독은 성격상 선수들에게 모진 소리를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참다 참다 한 방에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문경은을 화나게 했다면 그놈은 진짜 나쁜 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농구판에 있을 정도다. SK 허남영 코치도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서 다그치는 ‘시어머니’ 역할은 전 코치의 몫이다. 전 코치는 “감독이 싫은 소리를 안 해서 대신 나서는 게 아니다. 그냥 내 성격상 지적할 건 그때그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선수들이 워낙 다들 알아서 잘해 주니 버럭 화를 낼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