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관련 32개 협회, 대선후보에 제도 개선 촉구
서비스산업총연합회(회장 박병원)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서비스산업발전 선언문 발표장. 연합회를 대표해 연단에 나선 박병원 회장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육성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연합회는 전국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대한병원협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 32개 협회가 모여서 만든 단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국회, 언론에 각종 정책을 건의하고 자격증과 인증 프로그램 운영, 토론회·세미나 개최를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올해 9월 결성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참석한 각 서비스업계 대표들은 그동안 가슴에 담았던 얘기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한원곤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공공성의 논리에 잡혀 의료 분야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의료산업의 기술이 높은 데다 성장성도 충분한 만큼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보건의료 비중은 한국이 2.5%로 미국, 독일, 일본(7∼8%대)보다 낮다”며 “의료 서비스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IT 관광 교육 등 서비스업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의료분야도 부가가치 창출하는 산업… 사회적 합의로 과감히 규제 풀어야” ▼
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전국은행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이영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부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총연합회 제공
산업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이순종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데오(IDEO) 등 세계적 디자인 기업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처럼 한국도 ‘디자인벨트‘를 만들어 디자인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며 “제품 중심의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창의 비즈니스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디자인 산업에 영세업체들 간 과당 경쟁이 일어나면서 디자인 서비스에 대한 가격도 덤핑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턱없이 낮은 보수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수준별로 용역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는 디자인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경영 자율성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병원 회장은 “특정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하지 않아도 은행들은 우량한 대출자를 잡고자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문제가 된 하우스푸어 대책과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쓴소리를 했다. 박 회장은 “은행도 대출 부실을 막아야 할 동기가 충분하다. (하우스푸어 지원이나 사회공헌) 목표를 정해주는 것보다는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제언했다.
총연합회는 이런 각계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부처별, 산업별, 기업별 고용실적을 평가하고 대책을 세우는 고용비상대책회의를 매달 열고, 정책 검토과정에서 고용영향평가를 시행해 줄 것을 제안했다.
또 제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바로잡고 국회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위원회 결성, 관련 분야 발전을 위한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으로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총연합회는 이 밖에 △학원 운영 자율권 보장 △의료관광산업 육성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 △산업용 부동산 관련 종합부동산세 폐지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입주 허용 등 광범위한 서비스 분야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총연합회는 또 대선후보 캠프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공약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한 뒤 15일 대선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갖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