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처럼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다. 출세도 돈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타이밍은 노력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기막힌 타이밍을 타고났다. 프로야구 선수는 입단 후 9시즌을 뛰면 FA자격을 취득하며 이후 통상 4시즌마다 FA자격을 다시 얻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6일 공시한 FA 자격 취득 선수 21명 중 주요 선수는 정성훈과 이진영(이상 LG), 김주찬과 홍성흔(이상 롯데), 정현욱(삼성) 등이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이승엽(삼성)이나 이대호(오릭스)처럼 ‘특 A급’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실력 이상의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1980년생인 이택근(외야수)은 이진영(외야수) 및 정성훈(내야수)과 동갑이다. 타격으로 보면 성적도 비슷하다. 역시 비슷한 성적을 올린 외야수 김주찬은 이들보다 한 살 어리다. 너도나도 이택근을 기준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구단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내가 이택근보다 못한 게 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더구나 올해 FA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조건부로 선언한 한화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으로 받은 금액을 고스란히 선수 영입에 쓸 태세다. KIA도 FA 영입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1군 리그에 참여하는 제9구단 NC는 스타급 선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FA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구단들은 내부 단속에 한창이다. 이래저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날 공시된 선수 중 FA 계약을 원하는 선수는 8일까지 KBO에 FA 자격 승인을 요청하면 된다. FA 승인을 받은 선수는 10일부터 일주일간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할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