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청계천 두물다리 ‘청혼의 벽’에서 1000번째 커플인 오지훈 씨(오른쪽)와 여자친구 김효미 씨가 커플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영화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처럼 리무진 위에서 꽃을 들고? ‘러브액츄얼리’처럼 그녀의 집 앞에서 말없이 도화지에 써서?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 마음은 오스카상인데 몸은 어쭙잖은 말 몇 마디와 입부터 들이대는 나…. 애써 예약한 그 카페는 오늘따라 왜 이리 시끄러운지…. 그럴 때.
‘청혼의 벽’은 지하철 2호선 용두역 5번 출구를 나와 청계천에서 신설동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나온다. 2007년 12월 24일 첫 프러포즈 이후 5년 동안 999쌍이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했다. 그중 376쌍이 실제 결혼까지 골인했으며 이벤트 이후 헤어진 18쌍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후 7시 열린 1000번째 사랑 고백의 주인공은 37세 노총각 회사원 오지훈 씨. 오 씨는 여자친구 김효미 씨(29)를 위한 깜짝 이벤트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다. 4년 전 처음 만난 오 씨와 17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못했다고 한다. 오 씨는 “장인어른이 2년 전부터 암 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셔서 여자친구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제대로 된 프러포즈도 하고, 하늘에 계신 장인어른께 결혼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