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선대통령들 北에 유연… 제재 유지하며 대화 모색할 듯
○ 북-미 관계는 경색, 한미 관계는 최상
당초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유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는 2008년 7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면 북한 이란 쿠바 등 지도자와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며 직접 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바마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오바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며 ‘도발에는 보상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의 북-미 고위급 회담에 이어 올해 ‘2·29 합의’를 이끌어 내며 관계를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물거품이 됐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미사일 지침 개정 등 민감한 사안들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악화됐던 관계가 복원된 것은 대북정책 및 안보 문제에 관한 적극적 공조,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서 한국의 중요성, 양국 최고지도자 간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전략적 인내’ 유지 속 대화 모색할 듯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재선에 성공한 뒤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집권 1기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펴다가 2기에는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채택하는 등 대화 위주로 바꿨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집권 1기 초반엔 영변 핵시설 폭격까지 검토하는 등 북-미 관계가 경색됐지만 2기 말에는 조명록 북한 차수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교차 방문하며 북-미 코뮈니케에 합의하는 등 관계가 호전됐다.
하지만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만큼 북한에 다시 한번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오바마 측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북 제재 원칙은 유지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기회를 갖자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오바마-김정은의 첫 작품인 2·29 합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북한의 태도, 한국 대선 결과가 변수
문제는 북한의 태도와 한국의 대선 결과다. 지난해 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뒤 미국 대선 과정을 관망해 온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미 관계 회복에 나선다면 오바마가 유연한 대북 정책을 펴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북한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오바마는 계속 제재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가 북한과 다시 대화하려면 북한이 뭔가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돼 대북 햇볕정책으로 돌아간다면 오바마의 대북정책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므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등 한미 간의 민감한 현안이 불거지면 한미 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