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예 장애인 동료 구해주세요” 제보
3월 초순 오후 10시경 광주 동구의 집창촌. 광주 모 여성단체 회원 3명과 광주 동부경찰서 경찰관 3명이 한 성매매업소에 들이닥쳤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경찰과 함께 업소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계속되는 수색에도 A 씨(27·여·지적장애 3급)를 찾지 못하자 허탈한 표정이 됐다.
회원들은 업소 인근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몸을 감춘 채 상황을 지켜보던 이 업소 여종업원 B 씨(33)에게 전화를 걸었다. B 씨는 절박한 목소리로 “A는 반드시 업소 안에 있다. 구석구석 다 찾아봐야 한다”고 외쳤다.
회원들은 옷이 쌓여 있던 곳을 들춰봤다. 그러자 A 씨 등 성매매 여성 3명이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숨어 있어라”는 업주 백모 씨(45)의 지시에 따라 옷더미에 몸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A 씨는 발견 당시 왼쪽 눈 주위에 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 가출한 A 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유흥업소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선불금을 받아 쓰고 그 빚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회원들과 함께 업소를 빠져나온 A 씨 등은 자동차에 숨어 있던 여성 2명과 함께 광주의 한 모텔에서 묵었다. 그때 업주 백 씨가 전화를 걸어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유혹에 넘어간 A 씨는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업소로 돌아갔다.
그 후 백 씨는 A 씨를 강원도의 다른 성매매 업소로 넘겨버렸고 다른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또다시 성매매를 시켰다. 백 씨는 “왜 빚 탕감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다른 성매매 여성의 지인을 두 차례 폭행했다. 그 일로 백 씨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광주지검 강력부는 수사 과정에서 A 씨의 신원을 확보해 “백 씨 부부가 폭행하고 성매매를 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술에 취해 여성들을 때리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특별법 위반) 등으로 백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광주지법은 6일 영장을 기각했다. 해당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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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