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잇달아 살해한 2명 행세-명의도용車-월급-전세금 가로채… 법원 무기형 선고
프랑스의 명배우 알랭 들롱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감독 르네 클레망·1960년)에서 주인공 톰 리플레이는 부잣집 친구의 하인 노릇을 하며 살던 중 친구를 살해한다. 그는 살해한 친구의 행세를 하다 결국 덜미가 잡힌다.
직업 없이 가족이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오던 심모 씨(33)도 남의 집에 얹혀살다 집주인을 살해했다. 지난해 1월부터 사촌형을 통해 알게 된 정모 씨(당시 34세)의 경기 안산시 집에 얹혀살던 그는 정 씨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험담했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그해 2월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침대에서 자던 정 씨는 술김에 바닥에 소변을 봤는데 그게 바닥에서 자던 심 씨의 다리에 묻었다. 심 씨는 몸싸움 끝에 정 씨를 넥타이와 수건으로 목을 졸라 죽였다.
심 씨는 정 씨의 시신을 약 두 달간 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강원 횡성군에 차를 버려둔 채 돌아왔다. 그사이 정 씨의 회사에 전화해 “사촌형인데,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 월급을 내 통장으로 넣어 달라”고 해 월급을 가로챘다. 또 정 씨에게 위임받은 것처럼 속여 전셋집 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았고, 정 씨가 쓴 것처럼 사직서를 꾸며 정 씨 명의로 퇴직금까지 받아내려 했다. 정 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친척들에게 “이가 아파 말을 할 수 없다. 치료비를 보내 달라”는 문자를 보내 돈을 받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