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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대체할 NEAT 물건너가나

입력 | 2012-11-08 03:00:00

교과부 “교사 준비 부족”… 대선후보들도 도입 부정적
차기정부로 결정 미룰듯… 학원가 특강열풍 단속 나서




‘NEAT 집중반 개설’ ‘NEAT 실전 유형 완벽 분석’ ‘NEAT 모의고사 실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태우는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A학원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2015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목을 대체하면 말하기와 듣기가 문제다. 학원에 일주일에 세 번 나오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네 가지 영역을 골고루 배울 수 있다”고 홍보한다.

또 다른 학원은 겨울에 필리핀에서 NEAT 대비 전문 캠프를 한다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루 9시간 이상씩 NEAT 수업과 함께 골프나 수영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학원가의 바람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EAT의 수능 대체 여부가 다음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용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08년부터 NEAT를 개발했다. 올해 말에 NEAT의 수능 대체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대선과 맞물리면서 이런 방침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복수의 관계자는 7일 “(NEAT의 수능 대체 결정을) 고심 중이다”며 “차기 정부에 결정권을 넘긴다고 해도 사업 추진 경과를 알려주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 4년 동안 정부가 한 게 있어서 결정을 유보하겠다고만 발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수능 대체 결정을 미루는 이유로 교과부는 현장의 준비 부족을 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과부가 비공개로 4월과 10월에 학부모 교원 전문가 약 7600명을 대상으로 ‘NEAT가 수능을 대체하는 것을 찬성하느냐’고 물어보니 찬성 비율이 약 59%에서 58%로 다소 떨어졌다. 특히 교원의 찬성 비율(약 51%)은 학부모와 전문가(각 약 60%)보다 현저히 낮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NEAT를 가르치는 데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과부는 수능 대체 결정에 여러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암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우리만 생각하면 (수능을 대체) 하고 싶은데, 걱정하는 쪽이 많다” “대선 이전에 발표하고 싶은데 여러 기관과 협의가 필요해 아마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발표를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9월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NEAT의 준비도나 현장의 수용도를 봤을 때 현 정부가 수능 대체를 결정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은 NEAT의 수능 대체에 부정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1일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NEAT의 도입과 활용을 재검토하겠다. 발음 부문의 사교육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관계자도 “수능을 대체한다고 발표하면 되돌릴 수가 없다. 현 정부가 하지 말고 인수위가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교과부는 NEAT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영어학원을 연말까지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NEAT의 수능 대체가 무산되면 지금까지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날리게 된다.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이용섭 의원(민주통합당)을 통해 교과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NEAT 개발에 293억7037만 원이 들어갔다. 시스템 개발, 연구용역, 문항 개발을 모두 포함한다. 내년 사업을 위한 입찰은 현재 진행 중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