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차 당대회 4대 업무보고
이번 보고는 차기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기초했고 후 총서기가 최종 확정했다. 기존 정책방향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해 시 부주석의 색깔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교 국방의 굴기 자신감(?)
또 “새로운 대국(大國)관계 수립” 등의 미국을 향한 발언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 지도자의 ‘21세기 대국 간의 새로운 관계’는 앞으로 몇십 년 안에 미국과 권력을 나눠 갖자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후 주석의 이런 보고 내용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두고 영유권 갈등을 벌이는 일본은 즉각 반응했다.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중국 지도자가 해양 활동에 개입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이런 활동들은 국제법에 따른 평화적 방법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후의 발언을 듣고 놀랐다. 중국은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주변국은 중국 해군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 후진타오의 평가와 ‘반성’
후 주석은 이날 보고에서 자신이 집권한 10년간 경제 규모가 세계 6위에서 2위로 커지는 등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중등 국가) 사회를 실현하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정치사회 문제도 적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발전 과정에서 불평등과 불균형, 지속 불가능성 등의 문제가 나오고 도농, 지역 간 격차, 주민 소득 격차가 비교적 크다고 밝혔다. 사회 모순이 뚜렷이 증가하고 교육 취업 사회보장 의료 주택 생태환경 치안 법집행 등에서 인민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후 주석은 반성에 이어 후임자에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의 개혁을 주문했다. 우선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구두선’에 그쳤던 정치체제 개혁도 주요 항목으로 제시했다. ‘의법치국(依法治國)’을 강조하고 “사법체제 개혁을 한층 더 심화하고 재판기관과 검찰기관이 재판권 또는 검찰권을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당에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고, 나아가 당의 붕괴와 나라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런 문제들은 장 전 주석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후 주석 때 더욱 심각해졌다. 장 전 주석과 후 주석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의 시한폭탄’이 커지는 형국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 전 주석과 후 주석이 키운 시한폭탄을 시 부주석이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 2020년 전면 샤오캉 사회 건설 목표 재정립
후 주석은 “현재는 샤오캉 사회를 전면 실현하는 결정적 단계”라며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도시 및 농촌 주민의 1인당 평균소득(가계 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늘리자”고 강조했다.
○ 과학 발전관, 당의 지도이념으로 격상
후 주석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주창한 ‘과학 발전관’을 당의 지도이념이라고 명명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이나 장쩌민 전 주석의 삼개(三個)대표론과 같은 반열로 올린 것이다. 후 주석은 과학적 발전관의 의의와 성과를 강조하고 “당이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할 지도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의 과학 발전관도 이번 당 대회에서 당장(黨章)에 삽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당대회 개막식에는 장 전 주석을 비롯해 많은 원로가 모습을 드러내 영향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