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독점 해소 → 분배정의 실현 ‘개혁 수술’ 성공할까 시진핑 시대, 중국의 과제
“소득 분배 체계를 보완하고 조세 사회보장 등을 수단으로 한 재분배 시스템도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공작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뒤를 이어 차기 최고 지도자로 선출될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경제 사회 과제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특히 후 주석 시대에 경제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대국이 됐지만 소득 불균형 심화에 따른 사회 불안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며 중국 지도부는 긴장하고 있다.
○ 도마에 오른 ‘국유 공룡’
국영은행이 대부분인 중국에서 중국 금융계의 민간기업 대출 비율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중국의 공장’인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에서 지난해 사채 대란이 난 것도 민영기업이 국유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은행 대출이 국영기업에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상하이(上海) 시의 최근 5년(2007∼2011년)간 누적 지역총생산(GRDP) 증가액 6조 위안(1090조 원) 중 도로 등 고정자산 투자액에 따른 증가분(2조3000억 위안)은 40%에 육박한다. 투자금은 대부분 국유은행에서 조달한다. 지방정부나 국유기업의 지난해 대출금리는 평균 1.6%로 사기업의 5.4%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국유기업 자체가 권력화돼 있어 메스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석유업계를 주무르는 석유방(중앙 부처 중 석유부나 석유대 출신)에는 저우융캉(周永康) 공산당 상무위원, 쩡찡훙(曾慶紅) 전 부주석 등이 포함돼 있다.
○ 사회정책 핵심은 소득분배 개혁
후 주석 시대에 중국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2009년 GDP 대비 근로소득(월급 등) 비율은 미국이 58%, 한국은 44%였다. 반면 중국은 8%에 불과하다. 2008년의 12%에서 3%포인트가 떨어졌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보다 낮다.
소득불균형은 내수 부진으로 연결된다. 이는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GDP에서 민간소비 비중은 33.8%(중진국 평균은 58.6%)로 2000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0.5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0.4 이상이면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매년 10만∼18만 건의 시위와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국무원은 올해 연말 소득분배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실상 시진핑 지도체제의 첫 작품인 셈이다. 이 방안에는 고소득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감세, 지역·업종별 임금격차 해소,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林毅夫)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소득 격차 문제는 공평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직접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중국은 2004년에도 소득분배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해놓고는 지금까지 별 실적이 없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