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어디든 中이익 밀어붙일 것” 불도저 외교 먹힐까
상하이 대표들과 토론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가운데)이 8일 당대회 개막식이 끝난 뒤 오후에 열린 상하이 대표들의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상하이 시 서기를 지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8일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발표한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당대회와 비교해 단호함과 결기가 배어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개혁개방 30여 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주요 2개국(G2)으로 불린다. 시진핑(習近平) 시대에는 중국이 좀 더 강경한 외교정책을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주권과 발전이익 단호히 수호”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경제에 타격을 받아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종전까지는 영토와 주권 정도만 ‘핵심 이익’으로 분류했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힘이 닿고 이해가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까지라도 확대 적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등이 “평화적 굴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국이 이처럼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몽니를 부릴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되고, 주변국과는 영토 갈등 등 마찰이 더욱 잦아지며 격화되고 있다. 또 중국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확보 외교도 ‘자원 싹쓸이’ 논란을 불러일으켜 시진핑 체제가 강경 일변도로만 갈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만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때 중국에서는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반일 시위가 잇따랐다. 중국 지도부도 앞으로는 분출하는 민족주의적 정서를 무시할 수 없어 강경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병력은 22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종합군사력은 아직 미국에 많이 뒤지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군사비 총액의 경우 중국은 915억 달러(약 99조5000억 원)로 미국(7110억 달러)의 12.8%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중국의 국방비가 공식 통계의 2배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후 주석은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국력에 걸맞은 강군 건설” “부국과 강군을 서로 견고히 통일” 등을 천명했다. 중국은 매년 10% 이상 국방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0년 사이 국방비를 무려 170% 늘렸다. 군사비 지출 총액은 미국의 5분의 1도 안 되지만 증가 속도는 미국을 훌쩍 넘는다.
중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군사력 강화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후 주석은 보고에서 해양과 우주, 인터넷 공간의 안전에 고도의 관심을 갖자고 밝혔다.
특히 해양강국 건설 선언에 일본이 긴장하는 등 파문이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을 취역시켰으며 핵 항공모함 여러 척을 추가로 건조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다.
중국의 우주 역량 신장도 주목된다. 올해 유인 우주선 도킹, 우주정거장 시험 등 중국의 우주 개발을 총괄하는 인물은 인민해방군 장군이다. 이 같은 우주 기술 개발이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되면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 패권에도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앙군사위원회의 부주석으로 발탁된 쉬치량(許其亮) 공군 사령원은 2009년 11월 공군 창설 60주년 때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영역까지 경쟁이 확대됐다”며 “하늘과 우주를 통제하는 자가 땅과 해양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군의 인터넷 작전 능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해커 부대 운용 등 실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