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 지음·송태욱 옮김/204쪽·1만1500원·사계절
19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저자는 서문에서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비통함과 회한을 토로한다. 이어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일상에 널려 있는 견고한 광경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법률, 국가, 사회, 정치, 경제 제도 등은 ‘바꿀 수 없다’는 이중적 오류를 행해왔다”며 “대표적 결과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 이후 발명된 ‘행복 방정식’은 그 한계를 속속들이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이제 ‘보통의 행복’은 특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등의 통찰을 되새기며 그동안의 ‘행복 방정식’을 근본부터 성찰해 간다.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이다. “‘거듭나기’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새로운 가치나 인생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once born)’보다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욱 중요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