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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고통을 겪은 뒤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입력 | 2012-11-10 03:00:00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 지음·송태욱 옮김/204쪽·1만1500원·사계절




‘살아야 하는 이유’라. 오늘날 이 물음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풍요 뒤의 장기 침체 탓일까. 미래는 이제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불안이자 공포이기도 하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에서는 일찍 죽는 위험보다 장수에 수반되는 위험이 더 커졌다.

19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저자는 서문에서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비통함과 회한을 토로한다. 이어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일상에 널려 있는 견고한 광경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법률, 국가, 사회, 정치, 경제 제도 등은 ‘바꿀 수 없다’는 이중적 오류를 행해왔다”며 “대표적 결과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 이후 발명된 ‘행복 방정식’은 그 한계를 속속들이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이제 ‘보통의 행복’은 특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등의 통찰을 되새기며 그동안의 ‘행복 방정식’을 근본부터 성찰해 간다.

“자본주의는 점점 스포츠 게임을 닮아간다. 우승자만 행복의 축배를 들 뿐, 패배자는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당하고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은 ‘진짜 자기’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는 ‘불안’의 냄새를 이용한 자본주의의 상술에 불과하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 찾기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기를 잊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이다. “‘거듭나기’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새로운 가치나 인생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once born)’보다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욱 중요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