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랩/사샤 아이센버그 지음·이은경 옮김/452쪽·1만5000원·알에이치코리아
이 책은 ‘이기는 선거’를 위해 힘썼던 미국의 각종 선거캠프가 겪은 시행착오 모음집이다. 워싱턴포스트와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 유력지에서 정치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저자는 학자와 통계학자, 전략가들이 정치적인 캠페인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고안해 냈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어느 날 ‘당신은 이번 선거에 투표하기로 약속했으니 약속을 잘 지켜주세요’라는 편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든다면 당신은 투표소에 갈 생각이 없었거나 기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싫증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치컨설턴트 핼 맬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욕구나 거짓말쟁이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를 이용해 100만 명에게 편지를 돌렸고, 민주당은 2010년 번번이 참패했던 콜로라도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비로소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유권자 맞춤형 선거전략, 즉 ‘마이크로 타기팅’의 시작이었다.
“선거 운동은 유권자를 다시 사람으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제야 선거캠프가 이웃의 노크나 모르는 사람의 전화 등 개인에게 접근하는 ‘인도주의적 방식’을 택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을 여전히 ‘한 표’로 보는 오늘의 현실을 두고 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인도주의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후보들에게 유권자는 여전히 목적이 아닌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하지만 ‘표심에 대한 관심’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유권자의 취향이 무엇이고, 생활패턴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를 마주하는 자세가 인도주의라면 선거가 끝난 뒤 인도주의적인 당선자는 왜 만나보기 힘든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읽는 내내 ‘한국에는 역대 선거캠프의 전략을 모아둔 책이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과연 이 책은 한국 대선캠프 활동가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됐든 부디 ‘겉핥기식 인도주의’가 이기는 선거를 위한 싸움의 기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