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논설실장
야구 및 선거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야구 승률을 계산하듯이 선거를 분석해 미국 대선 결과를 족집게처럼 맞혔다. 그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해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다. 정치 쪽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은 2008년 미국 대선부터. 2008년 선거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의 승자를 맞혔고 이번 대선에선 한 주도 틀리지 않았다. 그는 웹사이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합하는 일리노이 주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혔다. 이 바람에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의 예측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그의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것은 컴퓨터로 과학적인 예측 모형을 개발해 데이터를 집어넣음으로써 진보나 보수의 관점이 끼어들 여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단일화 승패 가를 4대 변수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의 시한(時限)으로 정한 후보 등록일(25, 26일)까지는 대선의 모든 이슈가 단일화에 빨려들어갈 분위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할 후보가 그때 가서야 확정되기 때문에 이후 25일 남짓한 기간 두 후보가 토론을 벌이고 상호 검증을 하고 유권자들이 정책과 자질을 비교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깜깜이 경선이 졸속 대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만들거나 후보 등록 시한을 대선 4개월 전으로 못 박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5년마다 2, 3위 후보 간에 ‘단일화 빅 쇼’가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대체로 앞섰지만 최근에는 문 후보가 올라오는 기류다. 10년 전 정몽준 후보 측의 여론조사 전략을 총괄했던 김행 씨(현 위키트리 부회장)는 “정 후보도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우위였지만 정작 단일화 여론조사에선 못 이겼다”며 “이번에도 문재인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야권 지지자들이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박 대(對) 안이면 안이 이기고, 박 대 문이면 박이 이길 것”이라며 안 후보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새누리당이 중도와 무당파 유권자들을 파고들면서 야권 후보를 왼쪽으로 밀어붙이려면 문 후보와 상대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주 후면 당선자 예측가능
대통령선거는 전국이 단일 선거구여서 어느 나라나 여론조사 예측의 정확도가 높다. 여러 차례 대선 사례를 보더라도 후보 구도가 확정되고 나서 후보 등록 시점의 여론조사가 그대로 대선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있는 시간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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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