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의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2 대 1. 어머니 A 씨는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이윽고 A 씨가 받은 번호가 불리자 그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사립초교에 보내겠다며 고군분투해온 지난 2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옆에 앉아 있던 A 씨의 남편은 벌떡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A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억 원대의 연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워킹맘’. 그가 아이를 사립초교에 보내게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A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도 학창시절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시험에 나올 법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끝까지 선생님에게 물었다. 대부분 선생님은 “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말라”며 면박을 줬고, A 씨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아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됐다. A 씨는 “내 아이도 내가 어릴 때 만난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을 만나면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 선택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자율형 초등학교가 있다. 그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A 씨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 그러나 A 씨는 스쿨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사립초교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A 씨는 “사립초교는 대부분 교사들이 젊고 수업이 토론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입학설명회에서 만난 사립초교 교사들은 어린 시절 A 씨를 가르쳤던 교사들과 달리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듯 보였다.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해도 면박 주지 않을 것 같았다.
A 씨가 사립초교에 대해 가장 많이 정보를 수집한 경로는 인터넷 카페다. 사립초교 정보에 접근하려면 ‘등업’(웹 사이트에서 회원 등급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리는 것)을 해야 했기에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사이트에 ‘출석’을 하고 꾸준히 글을 올렸다. A 씨가 자녀를 입학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립초교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면 빼놓지 않고 읽었다. 각 학교의 학비, 커리큘럼, 교복비 등을 비교하고 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해서 장단점을 비교해 분석했다.
A 씨는 1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3년 동안 영어유치원에 보낸 아이는 영어는 잘했지만 오히려 한글이 조금 서툴렀다.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학습지를 두 개 시작했다. 피아노, 골프, 미술학원에도 보내기 시작했다. 국어, 수학은 초등 1학년 내용을 선행 학습했다. 7세인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 매달 약 200만 원이다.
사립초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아 아이가 동네 친구들을 사귀기 쉽지 않다. A 씨는 추첨장에서 만난 ‘예비 사립초맘’들과 연락처를 즉석에서 교환했다. 조만간 엄마들끼리 합격 축하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