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연봉”에 속아 유출… 50대 中企연구소장 덜미
중소기업 A기계의 연구소장 노모 씨(53)는 지난해 9월 회사로부터 “연구 실적이 나쁘다”며 감봉을 통보받았다.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대표이사가 7000만 원이던 연봉을 뭉텅이로 잘라 4500만 원으로 정했다. 억울했다. 노 씨는 이직을 결심하고 회사 서버에서 비밀 자료 1만8559건을 내려받았다. 여기엔 1시간에 박스 7만 장을 자동으로 접고 눌러 붙일 수 있는 ‘초고속자동접착장치’의 설계도면도 들어 있었다. A기계가 3년간 32억 원을 들여 개발해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신기술로 인증받은 기술이었다.
노 씨가 이렇게 빼돌린 설계도면을 들고 지난해 11월 찾아간 곳은 국내 유일의 경쟁사인 일본 S사의 한국지사. 설계도면을 받아든 이곳 대표 곽모 씨(54)는 노 씨를 반기며 연봉 1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채용을 약속했다.
핵심 기술을 챙긴 곽 씨는 태도를 싹 바꿨다. “실력이 부족해 채용할 수 없다”며 ‘토사구팽’한 것. 제보를 받은 경찰이 최근 수사해보니 곽 씨는 이미 넘겨받은 설계도대로 기계를 만들어 시운전을 앞둔 상태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노 씨와 곽 씨 등을 산업기술 유출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