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0일 3년 전 내놓은 총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자국민에게 사과했다. 다음 선거에서는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고교 무상교육 같은 무상복지 공약을 내걸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1경(京) 원이 넘는 천문학적 부채에 짓눌린 데다 세출 조정마저 어려워 상당수 공약을 부도냈다.
올해 한국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0∼5세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반값 대학등록금처럼 달콤한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나 기초노령연금 인상(문, 안)처럼 과거 정부가 부도를 낸 선거 공약도 다시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세출 절약과 비과세 축소”라는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핑계를 댔다. 400쪽짜리 공약집까지 낸 안 후보 측은 “좀 더 기다려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재원 마련 방안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졸속 공약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하더라도 늘어날 세수는 연간 수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세율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이나 자본 이탈 같은 부작용도 만만찮다. 세출 조정이나 세원 투명성 강화 같은 얘기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재탕 공약이다. 건전재정포럼은 각 당이 밝힌 증세 방안들을 고려하더라도 복지공약을 다 이행하자면 새누리당은 5년간 연평균 8조 원, 민주통합당은 24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은 어디서 얼마나 돈을 걷어 어떻게 쓸 것인지, 소상한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