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제목 ‘사망유희’는 리샤오룽(李小龍)의 마지막 영화 ‘사망유희(The Game of Death)’에서 따왔다. 리샤오룽이 층별로 배치된 무술고수와 싸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영화다. 1층 ‘NLL의 진실은’ 토론에서 변희재의 무기는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의 회담에서 한 발언과 서해 지도 등의 팩트(fact)였다. “노 대통령은 서해 바다 전체를 북에 내주고 와서 국민에게는 NLL을 지켰다고 거짓말했다.” 재기와 순발력 넘치기로 유명한 진중권도 말문이 막혔다. “팩트에서 밀렸습니다. ㅜㅜ” 진중권은 트위터에서 깨끗이 1차전 패배를 인정했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삶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대선주자나 캠프 사람들 간에 논쟁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합의 정신은 실천하되 세부조정, 문재인 후보는 NLL 유지를 전제로 서해평화협력지대 및 공동어로수역 추진, 안철수 후보는 NLL 인정을 전제로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공약했지만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국민은 잘 알 수 없다. 오죽 답답하면 논객들이 ‘사망유희’ 같은 비장한 제목을 걸고 대선주자들을 대리해 토론 배틀을 벌이겠나.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