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세 부과’ 내년 시행 앞두고 또 연장법안 국회 제출… 이번에도 좌초되나
내년 1월 1일 관련법 시행을 앞두고 양도세 부과를 다시 연기하자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미술계는 양도세가 매겨지면 연간 거래규모 4000억 원이 채 안 되는 국내 미술품 거래시장이 고사(枯死)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정부는 미술시장의 음성적 거래를 막기 위해 과세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유예된 ‘미술품 양도세 부과’
하지만 이 법안은 이후 단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다. 미술시장 위축을 우려한 미술계가 반대함에 따라 1992년 12월에 과세를 3년 미뤘고 1995년, 2000년에도 법 시행이 유예됐다. 2003년에는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아예 관련법이 폐지됐다. 2008년 정부 발의로 미술품 양도세 과세제도를 재도입했지만 법 시행을 앞둔 2010년 말 국회 주도로 다시 2년 미뤄졌다.
올해 말 기간 만료를 앞두고 또 유예안이 제출됐다. 1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미술품 양도세 과세 유예기간을 4년 연장해 2017년부터 시행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12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특정 세금의 부과가 27년이나 미뤄지는 진기록이 세워진다.
○ 미술시장 고사 vs 탈세 차단
미술계는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미술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양도세를 매기면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도세 유예안을 제출한 주호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약 3700억 원으로 2010년보다 1000억 원 이상 거래가 줄었다. 주 의원 측은 양도세가 부과돼도 과세가 이뤄질 작품 수는 전체 미술품 거래량의 3%로 적고, 늘어날 전체 세수(稅收)도 16억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미술계의 주장을 감안해 20년 넘게 과세를 미뤄 왔는데 매번 똑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세금을 피하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양도세 부과가 시행돼도 미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전한 일반 거래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세원(稅源) 양성화에 미술품도 예외일 순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개정된 관련법에 따르면 양도가격 기준 6000만 원 이상의 고가 미술품을 거래할 때만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대상에서 빠진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비자금 사건에서 보듯 뭉칫돈이 오가는 곳에 국가의 감시가 없다는 것은 사실상 탈세를 용인하는 셈”이라며 “미술시장이 검은돈의 창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과세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