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
꿈과 관련해 이 CD 앨범에는 또 하나 역사적인 연설이 수록돼 있다. 바로 ‘I have a dream’이다. 흑인 차별이 극심했던 1963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워싱턴 집회에서 연설한 흑인 해방의 꿈이다. 킹 목사는 이후 얼마 안돼 테러리스트의 흉탄에 쓰러졌지만 45년 후에 그 꿈이 실현돼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다.
이렇게 미국의 역사를 새로 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재선에 성공했다. 주 단위로 획득한 선거인 총수는 332 대 206의 압승이었지만 미국은 파란색 주(민주당)와 빨간색 주(공화당)의 두 지역으로 나눠졌고 득표총수도 50.5% 대 47.9%의 대접전이었다.
오바마 이겼지만 美사회 분열 심각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표는 오바마 53%, 롬니 44%, 30세 미만의 젊은층 표는 오바마 60%, 롬니 37%로 갈라졌다. 여성과 젊은층이 오바마 후보 지지로 기울었는데 인종별 지지도 차이는 더 선명했다.
흑인의 93%가 오바마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그럴 만하다지만 백인 표는 롬니 59%, 오바마 39%로 나눠져 있었다. 백인이 투표자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접전이 됐다. 열쇠를 쥔 라틴계 국민은 71%가 오바마 후보에게 투표했다. 아시아계도 73%는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롬니는 전체 득표의 88%가 백인 표로 지지층이 백인에게 편중돼 있었던 점이 패인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근소한 차로 롬니 후보가 이겼다면 흑인은 물론이고 유색인종의 불만이 높아져 미국 사회의 분열은 한층 심각해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빈부 격차와 사회적 지위 등도 피부색과의 관련이 크기 때문에 사회의 불안도 점점 높아졌을 것이다. 미국이 오바마 후보를 일단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상 재선시키는 것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조건이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역시 사회 분열이 심한 한국에서도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오바마 대통령 탄생 때와 비슷한 감격을 세계에 안겼다. 격심한 탄압으로 몇 번이나 사선(死線)을 넘은 인물인 데다 호남 출신의 첫 승리라는 점에서도 획기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역시 취임 후에는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달성됐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거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이 격심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에 따른 냉전 종결로 이념 대립의 깊은 골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의 대치로 냉전이 끝나지 않은 한국은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전히 빈부 격차가 큰 데다 군사정권 시대의 한(恨)이 사회에 꼬리를 끌고 남아 있는 것도 분열이 지속되는 또 하나의 요인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사회통합 어떻게 이룰지 관심
우연이긴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후보와 그 시대에 투옥된 문재인 후보가 지금 나란히 대통령직을 노리는 것은 그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시대 상황과 무관한 안철수 후보는 대립을 극복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시절의 탄압을 사죄하거나 유연한 대북 정책과 경제민주화, 복지 중시 등을 내걸고 있는 것도 분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