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카마라 그라반폰 (태국 출신)
한국 문화는 여자만 힘들어요. 한국에서는 남자가 왕이에요.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아요. 빨래,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하나도 안 해요. 저녁밥 준비할 때 도와주지 못하면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면 안 되나요? 누워서 텔레비전 채널만 돌려요. 밥하고 반찬 다 하고 “밥 먹어”라고 말하면 “식사하세요∼”라고 예쁘게 부르라 해요.
장도 보러 같이 안 가요. 그러면서 장 보러 가 있을 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전화해요. “올 때 맥주 사 와.”
태국에도 ‘송그란’이라는 큰 명절이 있어요. 모든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음식을 만들면서 이야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어요. 한국에서도 명절에 음식도 같이 만들고 그 시간에 함께 이야기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여자만 힘들면 누가 명절에 시댁에 가고 싶겠어요?
그리고 주말도 불만이에요. 저와 아이는 놀러 가고 싶은데 남편은 누워 자요. 그러면서 “애기도 놀이터 가고 싶을 거야, 잘 갔다 와” 이렇게 말해요. 그리고 본인은 텔레비전 켜고 야구 봐요. 혼자만 재미있어요.
한국에 시집 온 후 처음에는 엄청 스트레스 받았어요. 태국에선 차가 있어서 놀러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말도 안 통하고 아무것도 마음대로 못 했어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남편에게 서운해서 2, 3일씩 말도 안 하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요즘엔 한국말을 배우고 친구도 생기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남편이 회사 가면 저는 아이들이랑 친구 집에 놀러 가요. 저녁도 밖에서 먹고 와요. 집에 돌아온 남편이 전화해서 물어봐요. “몇 시에 오노?” 아마 남편도 이젠 후회하는 것 같아요.
카마라 그라반폰 (태국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