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의 경제’ 내세워 중형대학 탈피 대형화 전략
지방 분교를 실질적인 제2의 캠퍼스로 바꿔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2014년부터 단국대 본교와 통합될 천안캠퍼스 전경. 단국대 제공
대학들이 분교를 통합하는 데는 중형대학에서 대형대학으로 학교를 업그레이드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서울과 지방 캠퍼스에 모두 있는 중복 학과를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캠퍼스별로 특성화를 추진해 기존의 분교를 본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9일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로부터 서울과 용인 캠퍼스의 통합을 승인 받았다. 현재 고교 2학년이 입학하는 2014년부터 용인 캠퍼스는 지방 분교가 아닌 본교의 글로벌캠퍼스로 운영된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어문학과 인문·사회 계열의 학술 중심으로, 용인의 글로벌캠퍼스는 통번역과 국제지역학과, 이공·자연 계열 위주의 실용 중심으로 재편된다.
단국대도 최근 죽전과 천안 캠퍼스를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달 교과부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통합 시스템을 적용해 죽전캠퍼스는 전통 인문학, 응용공학, 도시환경건축,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하고 천안캠퍼스는 의학, 치의학, 약학, 나노생명과학, 기초과학 및 외국어 분야에 전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국대는 내년에 죽전캠퍼스의 6개 학과를 천안캠퍼스로 옮기고, 천안의 8개 학과를 죽전캠퍼스로 옮겨 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한다. 단국대는 “우리 대학만의 특성화 전략을 세워서 2010년부터 두 캠퍼스에 있는 중복, 유사 학과를 정리하기 위해 논의를 해 왔다. 캠퍼스별 집중화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 분교를 본교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학 설립 운영 규정 개정령을 만들어 본분교 통합의 근거를 마련했다. 통합의 전제 조건은 유사·중복 학과를 정리하는 것. 교과부는 대학의 요구가 많았고, 통합을 통해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근거가 마련되자 경희대와 중앙대가 발 빠르게 본분교를 통합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캠퍼스의 유사 학과를 정리하면서 기존 경기캠퍼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과거에 분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기가 죽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캠퍼스마다 특징을 살리고 중복 학과를 없애면서 이런 현상이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양대는 정식으로 통합 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분교를 특성화 캠퍼스처럼 활용하고 있다. 서울 캠퍼스는 인문·사회 중심으로, 경기도에 있는 캠퍼스는 자연 계열 위주로 학과를 재편해서 두 캠퍼스를 차별화한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캠퍼스를 특성화함으로써 분교라는 이미지를 없앤 것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이런 전략을 통해 신입생의 입학 성적이 올라가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편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분교를 둔 대학들은 통합보다는 독립 경영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두 캠퍼스 간의 거리가 멀어 한 대학처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특성에 따른 것이다. 충남 조치원에 세종캠퍼스를 둔 고려대, 강원도 원주캠퍼스가 있는 연세대, 경북 경주캠퍼스를 운영하는 동국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대학은 지방 캠퍼스에 총장을 따로 임명하는 등 서울과 분리된 완전한 독립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바로잡습니다]
‘주요 사립대 분교 통합…’ 기사에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본교의 복수캠퍼스입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