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정동 1900’전+덕수궁미술관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
‘정동 1900’전 초대 영국공사 월터 힐리어가 찍은 1890년대 초 정동 사진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한옥 건물이 당시 미국공사관이다(위).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 내부 사진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아래).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대한제국 사람들과 서양인들은 정동이라는 곳에 모여 살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세계가 서로 ‘낯선 존재’에서 ‘익숙한 존재’로 바뀌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동을 배경으로 열리는 전시를 소개한다.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 1905년 고종이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하사한 고종(맨 위 왼쪽)과 순종의 사진. 고종은 이 사진으로 대한제국이 근대의 황제국임을 알리고자 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제공 (가운데) 1919년 고종의 국장(國葬)을 보기 위해 서울 종로 일대에 몰려든 사람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가운데) 경성 일출 공립 심상소학교에 다닐 당시의 덕혜옹주(맨 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1부 ‘낯선 공존, 정동’에서는 초대 영국공사 월터 힐리어(1849∼1927)가 촬영한 1890년대 초 정동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일본 시즈오카 현 하마마쓰 시립도서관 소장품인 덕수궁 석조전 도면도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양식 건물인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 공사관의 당시 모습도 사진과 모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동에 있는 상점에선 파운드당 0.75달러인 커피를 비롯해 미국 버터롤, 농축 우유, 블랙베리 잼, 잉글리시 햄, 테이블 와인 등을 팔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2부 ‘대한제국,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다’에서는 1900년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참가한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을 재현하고 출품 유물 38점을 전시한다. 당시 대한제국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한국관을 짓고 다양한 산업의 생산품과 복식 가구 도자기 공예품 등을 선보였다. 출품 유물은 과도한 운송비 때문에 폐막 후 프랑스 공예박물관, 음악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품들은 프랑스에서 대여해온 것들이다.
○ 덕수궁에서 보는 사진 속 대한제국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때 대한제국이 출품한 백자 청화 국화문 병. 폐막 후 기증해 현재 프랑스 공예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2부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선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아내 이방자 여사, 덕혜옹주 등 황실 후예들의 비극적인 삶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