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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資 러시… 임대료 급등… 매매차익… 상파울루는 ‘황금의 삼각지’

입력 | 2012-11-15 03:00:00

미래에셋운용 브라질 부동산투자 현장




미래에셋운용이 투자한 호샤베라 타워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 타워가 위치한 베히니 지역은 대지가 넓어 큰 공간이 필요한 대형 빌딩이 많이 들어서 있다. 호샤베라 타워는 총 4개의 동이 원을 그리듯 둥그렇게 배치돼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조성한 펀드가 이 중 2개 동(사진)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지난달 11일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의 ‘호샤베라 타워’. 4개의 타워 건물이 햇빛을 받으며 작은 공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유리로 씌운 건물 겉은 거울처럼 맞은편 건물을 드러냈다. 브라질의 치안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곳에선 세그웨이(서서 타는 1인용 스쿠터)에 몸을 실은 경비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5시간 이상이 걸리는 지구 반대편의 현대식 빌딩이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바로 미래에셋운용이 펀드를 조성해 사들인 빌딩이다. 이 빌딩에서 매달 나오는 임대료가 고스란히 펀드에 돈을 맡긴 한국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통적 투자처였던 주식과 채권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 2,000 선을 놓고 수개월째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하고 있다.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던 자산가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부동산이나 유전 등에 직접 투자하는 해외대체투자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 공실률 0%, 임대료에 물가 연동

상파울루는 브라질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이다. 특히 호샤베라 타워가 위치한 베히니 지역은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한국의 ‘테헤란로’와 비슷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백인,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영훈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 본부장은 “이 지역에는 다국적 기업 등 좋은 회사가 많아 브라질에서도 이른바 ‘A클래스’ 사람들이 많고 유색 인종도 있지만 백인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측은 올해 초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에게 총 36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모아 호샤베라 타워 4개 동 중 A, B타워에 투자했다. 각각 18층 높이로 빌딩 2개 동의 총면적은 5만6734m²다. 현재 네슬레, 마스터카드 등 다국적 기업들과 한국의 LG전자, 현대차가 입주해 있다.

상파울루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는 한국보다 뜨겁다. 베히니 지역 곳곳에 고층 건물 공사가 한창이지만 몰려드는 외국 자본과 기업들을 소화하기에는 사무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임대료는 물론이고 건물 매매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 검토 단계에서는 연 5% 이상의 임대수익을 예상했지만 임대료가 계속 오른 데다 건물을 팔고 나올 때 얻을 시세차익까지 생각하면 최종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환율 리스크가 있지만 브라질의 잠재력을 보면 헤알화 역시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임대료가 물가에 연동된다는 점이다. 브라질 물가상승지수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도록 계약하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브라질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잦아 물가 연동은 투자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브라질 부동산 투자는 마치 브라질 국채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래의 나라, 브라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 타워 1층 로비.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미래에셋그룹은 2008, 2010년 각각 운용과 증권의 현지 법인을 설립해 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인 직원들은 브라질에 대해 “기회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사업하기는 정말 어려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브라질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경직된 노동법이다. 2000년대 들어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1940년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제도를 들여온 흔적이 남아 있다.

김미섭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대표는 “모든 직원에게 일 년에 한 달간 휴가를 줘야 하고 모든 업무 내용과 시간을 일일이 계약해야 한다”며 “오후 6시 근무시간이 끝나면 하던 일이 있더라도 그대로 두고 퇴근하는 게 당연할 정도”라고 말했다.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라고 불리는 정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복잡한 조세체계도 문제다. 이에 대해 브라질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 가이드는 “브라질은 안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결코 한 번에 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사업 입찰을 하더라도 주정부, 연방정부를 거치면서 입찰 결과가 뒤집어지거나 사업 허가가 연기되는 일이 흔하다.

불안한 치안은 외국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김 대표는 출퇴근은 물론이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도 방탄차를 탄다. 김 대표는 “운전 중 신호에 걸려 잠시 대기하는 와중에 강도가 운전석으로 다가와 창문에 권총을 들이대더라”라며 “현지인들은 차량 권총강도가 흔해 운전석 옆에 강도에게 건네줄 여분 지갑을 두고 다닐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가능성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게 현지 직원들의 평가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브라질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켜온 나라라는 자부심이 매우 크고 이후 세계적인 국가 위상도 높아졌다”며 “어마어마한 천연자원과 2억 명이 넘는 튼튼한 내수시장을 가진 브라질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말했다.

상파울루=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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