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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형삼]航母 보유국의 꿈

입력 | 2012-11-15 03:00:00


1910년 11월 미국 민간조종사 유진 엘리가 순양함 버밍햄 갑판 위에 임시로 설치한 나무 활주대를 타고 비행기를 이륙시켰다. 배 위에서 군용기를 띄우는 항공모함의 개념이 이때 만들어졌다. 최초의 항공모함은 1918년 선보인 영국의 아거스다. 상선을 개조해 격납고를 만들고 비행 전용 갑판을 깔았다. 대형 함포는 화력이 막강하나 정확도가 떨어진다. 군함에 전투기를 싣고 가서 직격탄을 날리는 전술은 전쟁의 공식을 바꿔놓았다. 1941년 항모(航母)를 동원한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이듬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항모 전단에 참패한 뒤 기세가 꺾였다.

▷항공모함은 6·25전쟁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당시 미 해군 항모의 절반이 작전에 투입됐고 밤낮 없이 북한 인민군의 머리 위로 ‘쌕쌕이’(제트전투기)를 날려 보내 혼을 빼놓았다. 6·25는 핵추진 항모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핵추진 항모는 제트전투기를 대량 탑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9만7000t급 미 핵항모 조지워싱턴은 전투기 폭격기 정찰기 헬기 공중급유기 등 80대의 항공기를 싣고 다니는데 이 전력만 해도 웬만한 나라의 전체 공군력과 맞먹는다.

▷현재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10개국이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랴오닝을 진수한 중국은 10번째 항모 보유국이다. 중국이 항모에서 전투기를 이착륙시키는 기술까지 확보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10만 t급 항모 11척을 보유한 미국 외엔 대부분 1만∼6만 t급 소·중형 항모를 한두 척씩 보유하고 있다. 중형 항모 1척의 건조 비용은 4조 원 안팎이다. 항모는 잠수함과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 대개 구축함 이지스함 순양함 등과 함께 전단을 구성한다. 항모 전단을 꾸리려면 10조 원 이상이 소요되며 연간 조(兆) 단위의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한반도 주변 국가 가운데 항모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은 유사시 전투기 항모로 전환할 수 있는 헬기 항모를 갖추고 있다. 인도도 자체 항모를 개발했고 베트남은 중국을 의식해 인도에 항모 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는 ‘항공모함 전력화 관련 연구용역’ 예산 1억 원을 책정했다. 연구비에 불과하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강한 해군력은 영해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