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당시 개 절도로 수감… 주소지 멀어 용의선상 빠져2003년 2명 죽여 또 수감… “정액 유전자 일치” 들이대자 “변호사 불러달라” 조사 거부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이 경찰의 DNA 수사 끝에 11년 만에 붙잡혔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14일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강간살인)로 김모 씨(35)를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1년 2월 4일 새벽 나주시 남평읍 천변에서 여고생 박모 양(17)을 성폭행한 뒤 강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다.
박 양은 이날 오전 3시 반 경 광주 남구의 한 식육점 앞에서 김 씨 등 20대 남성 2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것이 박 양을 알던 A 군 등에 의해 목격됐다. 평소 박 양에게 호감을 가졌던 A 군은 김 씨 등과 말다툼을 벌였고 박 양 일행은 시비를 피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후 박 양은 같은 날 오후 3시 반경 나주시 남평읍 지석강변에서 숨진 채 주민 최모 씨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 양은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수사는 유전자 수사 관련법이 바뀌면서 10여 년 만에 재개됐다. 2010년 7월 26일 유전자(DNA)법 개정으로 검경이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교도소 재소자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 씨의 유전자도 채취됐다. 경찰은 9월 10일 검찰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보관하던 박 양의 강간살인범 유전자(DNA)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남 목포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김 씨 유전자가 동일하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과 10범인 김 씨는 2003년 2월경 돈을 뺏기 위해 교도소 동기와 전당포 업주를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2001년에는 개를 훔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숨진 박 양의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지만 주소지는 전남의 한 지역으로 등록돼 있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씨는 유전자 확인 결과 진범이 밝혀진 후에도 경찰 조사에서 화를 내는 등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변호인을 대 주지 않으면 진술하지 않겠다”라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 씨가 오락실, PC방 등에서 우연히 만난 박 양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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