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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기만 멈춰도 나라전체 ‘블랙아웃’ 비상”

입력 | 2012-11-17 03:00:00

올겨울 극심한 한파 예보…정부, 전력수급 대책 비상




‘1kW라도 짜내라.’

정부가 16일 내놓은 겨울 전력수급 대책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여러 차례 전력수급 대책이 나왔지만 올겨울에 극심한 한파로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력당국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내년 1월 예비전력이 127만 kW로 떨어질 것이라는 당국의 전망은 현재 전력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자로 1기의 발전용량이 100만 kW 안팎이라는 걸 감안하면 올겨울 원전이 한 기라도 추가로 고장나면 나라 전체가 ‘블랙아웃(대정전)’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절약대책 정도로 ‘전력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발전소가 추가로 완공돼 700만 kW의 전력이 신규 공급되는 내년 말까지는 참고 견디는 것 외에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 1월 둘째 주가 전력난 최대 고비

지식경제부가 2009년 이후 국내 전력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겨울철 전력피크는 1월 둘째 주부터 2월 첫째 주 사이에 나타났다. 연말연시에는 상당수 사업장이 쉬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도 좀처럼 전력수요가 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평균 기온을 보면 1월 둘째 주가 영하 9.7도로 연중 가장 낮았고 전력사용량도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 1월 둘째 주를 올겨울 전력난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낮 12시와 오후 5∼7시에 수요가 집중된다. 또 최근 3년간은 저녁보단 오전에 100kW 이상 사용량이 많았다.

에어컨이 주로 가동되는 시간과 공장 조업시간이 오후에 겹치는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난방이 주로 이른 아침, 밤에 이뤄져 부하가 분산돼 왔지만 최근에는 주요 사무실에 하루 종일 가동되는 시스템난방이 많이 도입돼 겨울 전력사용량이 여름철을 앞지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영하 10도 안팎에서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전력수요는 80만∼100만 kW 늘어나 예비전력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민간 자가발전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으로 인천복합화력발전소 등 시운전 중인 발전소 생산 전기도 끌어 쓸 계획이다. 당초 전남 영광원전 5, 6호기가 겨울에 재가동이 되지 않으면 순환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경부는 연내 재가동 쪽에 무게를 두고 부품교체, 안전진단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산업계 절전은 최소화


올겨울에도 산업계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력소비 규제가 이뤄지지만 산업계 규제는 지난해보다 강도가 다소 낮아졌다. 지난겨울에는 총 12주간 일률적으로 10% 의무감축이 시행됐지만 올해는 7주간 3∼10% 수준의 감축만 지키면 된다. 지난해에는 대상 사업장이 전력사용 1000kW 이상 1만4000곳이었지만 올해는 3000kW 이상 6000곳으로 줄었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해 의무감축 실시 결과 3000kW 이상 사업장에서 줄어든 전력수요가 전체의 90%였다”며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수요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축적인 규제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초강력 절전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정부의 전력수급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산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절전규제 대상 기업 수, 기간과 의무 감축량이 지난해 대책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기업들은 정부의 절전규제가 공장 가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는 “이미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겨울 조업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자가발전 비율을 최대한 높여 한전에서 사들이는 구매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정부의 절전대책으로 인한 조업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공장별로 식사와 교대시간에 가동이 불필요한 설비를 가동하지 않고 사무실, 공장 주변 조명을 축소 운영하는 등 절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온도 제한과 네온사인 제한을 받게 된 유통업계도 ‘그만하면 괜찮다’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건물 위치와 층수에 따라 온도 차가 커 실내온도 20도를 맞추는 게 어렵지만 국가적인 전력수급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강명·이상훈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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