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정면 충돌… 安 인적쇄신 요구에 “우리에게 맡겨라” 거부“친노의 막후조정 의심은 단일화 말자는 얘기”
대선 D-32…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왼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재벌 지배구조 개혁보다 ‘공정거래 질서’에 방점을 둔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야권의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 사흘째인 16일 아슬아슬한 벼랑 끝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각기 대선 행보를 계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회관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대화를 나눴고(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성유권자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문 후보가 이처럼 작심하고 말한 것은 안 후보가 전날 “합의에 반하는 일들이 생겨 문 후보 측에 전달했으나 문 후보가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요구한 ‘민주당 혁신’이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등 인적 쇄신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에 대해선 “선의의 충고는 고마운 일이지만 약간은 아슬하다. 어떤 것은 저희에게 맡겨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 측이 문 후보의 보좌관인 윤건영 씨의 단일화 협상장 배석을 거론하며 ‘친노(친노무현) 그룹이 막후 조종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문 후보는 “그렇게 의심하면 단일화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밖에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앞서 문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와 관련해 총사퇴를 표명한 10명의 선거대책위원장들에게도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의를 반려했다.
문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은 선대위원장단 회의 결과를 전하며 “후보 간 회동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조속한 후보 회동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안 후보의 ‘선(先) 민주당 혁신, 후(後) 회동’ 제안은 무색해졌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가 확고한 당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의 실현과 얼마 시간이 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발언 내용을 전해 듣고 “만나서 이야기해 봐야겠네요”라고 했다.
당초 두 후보가 약속한 단일화 시한인 후보등록일(25, 26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단일화 피로감’이 제기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시한을 넘기거나 ‘단일화 회의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