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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세계 곳곳의 문명사, 현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입력 | 2012-11-17 03:00:00

앤드루 마의 ‘세계의 역사’




영국 BBC 다큐멘터리 ‘세계의 역사’를 진행하는 앤드루 마. BBC 홈페이지

한국 출판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인문학, 그중에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는 영국의 서점을 방문해 보면 금방 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로 자기계발 및 경제 경영 관련 도서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의 서점에서는 역사책이 단연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도 세계사, 영국사, 아시아사, 세계 대전사 등 다양한 종류로 세분돼 있으니 영국인들이 얼마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책 코너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은 BBC 정치부의 앤드루 마 기자가 9월 말 출간한 ‘세계의 역사(History of the World)’다. 저자는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BBC로 옮겨왔으며 2005년부터 BBC에서 ‘앤드루 마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의 역사’와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을 만든 것’ 등 굵직한 역사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동명의 역사서들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의 역사’도 출간과 동시에 8부작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으며 BBC를 통해 방송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책은 7만 년 전의 고대 마야인으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베냉 왕국, 폴란드 왕국, 몽골 제국, 아프리카인들의 대이동 등 다채로운 문명의 역사를 담고 있다. 유럽인이 쓴 역사서가 대체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 따라 기술되는 것에 비해 마 기자는 이 책에서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문명을 그곳 사람의 시선에서 담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과 같은 세계사적 사건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페루나 우크라이나, 중미에서의 문명의 시작을 다루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저자는 실패하고 사라진 문명들, 이른바 ‘승자’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질 법한 의문들에 답한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 예를 들어 클레오파트라, 칭기즈칸,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마오쩌둥과 같은 거물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몇몇 지도자들은 현실 감각을 잃었는지, 어째서 혁명은 때로는 행복보다는 독재자들을 낳는 것인지, 왜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부유한지 등을 설명한다. 가디언지는 “마 기자의 새 책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과 인물을 뛰어난 이야기 능력으로 풀어놓았다”고 평가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