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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이 신청한 ‘金검사 계좌 수색영장’ 기각

입력 | 2012-11-17 03:00:00

검찰 “절차 무시-자료 불충분” 경찰 “명백한 수사 가로채기”
김광준 검사 비리수사 주도한 황운하 경무관, 연수원장 전보




전국 경찰 긴급토론회, 특임검사제 비판 16일 세종시 전동면의 한 펜션에서 열린 ‘전국 현장 경찰 현안 긴급토론회’에서 한 경찰이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앉아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 일선 경찰관 100여 명은 ‘특임검사 지정 및 경찰 비하 발언의 부당함’ 등 검경 갈등에 대한 대응 방법을 논의했다. 세종=연합뉴스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 실명계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16일 기각했다. 검찰은 경찰의 ‘법 절차 무시’를 지적했고, 경찰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당초 경찰은 김 검사가 10억 원의 수상한 자금을 받는 데 쓴 차명계좌에서 거액이 그의 실명계좌로 빠져 나간 사실이 드러나자 돈의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14일 실명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차명계좌에 돈을 넣은 사람이 뇌물이라고 시인하거나 그렇게 볼 만한 정황이 있어야 김광준이라는 공직자가 자신의 계좌가 강제로 열리는 불이익을 감수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수사를 주도했던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50·경무관)은 16일 경찰수사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앞장서 주장해온 황 기획관에 대해 청와대가 “검경 갈등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선으로 물러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수사연수원은 현장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전문 교육기관이다.

이날 일선 경찰관들은 사실상 집단행동에 나섰다. 100여 명의 경찰관은 이날 오후 7시 충남 세종시 전동면의 한 펜션에서 ‘긴급 현안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펜션 곳곳에 ‘경찰은 국민사랑, 검찰은 조직사랑’ ‘비리검사도, 특임검사도 의사가 아니라 모두 장의사다. 왜? 죽은 권력만 상대하니까’ 등 검찰을 비난하는 문구를 써 붙였다. 식당 한 구석에 프로젝터를 설치해 나치 독일을 소재로 한 영화에 영화내용과 관계없는 검찰 비난 자막을 넣은 동영상을 상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충남경찰청 소속 조대현 경정은 “특임검사를 임명한 것은 명백한 가로채기”라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난상토론을 벌이며 울분을 토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