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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安발언 좀 아슬아슬”… 구태세력으로 몰아가자 불만 폭발

입력 | 2012-11-17 03:00:00

■ 文, 安에 작심반격 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문제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격에 나섰다.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지 사흘째인 이날도 안 후보가 협상에 복귀하지 않자 ‘몸 낮추기’에서 ‘역공’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다. 핵심은 민주당을 구태 세력으로 규정한 안 후보 측의 프레임에 제동을 거는 데 있다.

이날 오전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선(先) 민주당 혁신, 후(後) 후보 회동’을 요구한 직후만 해도 문 후보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동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선 안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격앙된 반응이 분출했다. 사과를 거듭하던 문 후보도 이날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혁신은) 우리에게 맡겨줘야 할 부분”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선대위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단일화 상대를 구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지지자 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며 “후보 간 회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동선대위원장들의 전원 사퇴 결의를 문 후보가 수용하지 않은 것도 안 후보 측에 대한 반발이다.

단일화 협상을 중단시킨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복지제6충전소에서 택시운전사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택시 유리창을 닦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선대위원장들 사이에선 안 후보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순옥 위원장은 안 후보를 김정일에게 빗대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가 ‘김정일이 원하는 게 뭘까’를 아는 것”이라며 “(안 후보도) 뭘 원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윤경 위원장은 “안 후보가 과연 정치쇄신을 말할 만한 사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응대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직동원 논란에 휩싸였던 문 후보 시민캠프도 “새 정치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안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안도현 위원장은 “누구를 빼라, 누구를 내려놓으라 몽니를 부리는데 안 후보는 무엇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구태정치의 반복 같아 안타깝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맹비난했다.

단일화 협상을 중단시킨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복지제6충전소에서 택시운전사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택시 유리창을 닦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통 큰 정치’를 내세웠던 문 캠프가 대응기조를 수정한 것은 ‘새 정치 대 낡은 정치’ 프레임에 갇힐 경우 민주당이 낡은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적인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불만도 크다. 캠프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의 협상 지연을 벼랑 끝 전술로 규정했다.

양측은 민주당의 조직동원 문제를 놓고 맞섰다. 문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정당 조직이 자기 당 후보 지지하는 걸 ‘조직정치’ ‘구태정치’라고 하는 건 정당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단장은 “저와 언론인 사이에 식사를 하면서 나눴던 사담을 자세히 취재해서 그걸 문제를 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 후보 측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한편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이 조직적 네거티브 공격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배경에는 당내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의 글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안 캠프 윤태곤 상황부실장은 한 라디오에서 황 의원의 홈페이지 글을 거론하며 “안 후보는 단일화돼도 무소속으로 남는다. 그러면 민주당은 죽는다. 전통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라, 이런 것이 지역 조직에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14일 올린 글에서 “민주당에서 안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네거티브가 담겨 있는 홍보자료를 지역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내 지역구에서조차 문 후보에 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을 했다는 지역 군의회 의장의 전화 보고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올리는 글을 상상으로 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부인하면 할 수 없이 물증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철 이부영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67명으로 구성된 ‘정권교체와 민주헌정 확립을 희구하는 전직의원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고서도 자유롭게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의 내홍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당직자들이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힐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해 탈당하지 않으면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다”며 “두 후보에 대한 모든 당원의 자유로운 선택과 지지 표명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남희·장원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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