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해 힘들었던 브라질 경제를 반영이라도 하듯 브라질의 은행들이 연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9월에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남십자은행의 청산을 전격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남십자은행은 중앙은행이 관리하던 은행이다. 그 다음 달인 10월 말에는 보토랑칭 은행이 16억 헤알(8500억 원)의 누적손실을 입고 브라질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보토라칭 은행은 브라질 자산 기준 8대 은행이고 브라질 은행은 1위 은행이다. 중견은행인 BVA은행도 10월 말 중앙은행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올해만 벌써 5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거나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 셈이다.
남십자은행의 경우 오너와 경영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견됐다. 남십자은행은 20년 동안 직원 800명을 거느리며 운영해 온 중견 은행인데, 소수의 경영진을 위한 전용 헬리콥터를 3대나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또 이 은행 오너는 해외에 10억 헤알(5500억 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10월 말 체포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남십자은행의 손실규모가 31억 헤알(1조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돼 원매자를 찾기 어렵게 되자 국내외 채권자 및 주주의 반발을 무릅쓰고 결국 청산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형은행인 보토랑칭 은행은 주로 차량대출금에 대한 부실 누적으로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견은행인 BVA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불경기로 인해 늘어나는 기업들의 대출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들었다.
글로벌 위기 속에 브라질 경기도 예외는 아니다. 브라질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거의 모든 경기부양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기부양 정책은 주로 브라질 내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고 소비자의 구매여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라질 경제는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브라질 정부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7.25%로 낮춘 데 이어 대형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카드 리볼빙 금리 등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은행의 개인 대출금리는 매우 높기로 소문나 있는데, 각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 정부는 또 내년부터 전기요금을 인하할 방침이다. 가정용은 16%, 산업용은 20∼28%에서 전기요금 인하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 브라질에서 제조된 차량 등에 대한 공업세 인하 정책을 올해 말까지 연장시행하고 있어 브라질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물가안정 효과를 주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경기부양 정책들이 전기 관련 기업과 은행의 주가를 급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브라질 경제는 바닥을 찍고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경기회복을 알리는 소식들이 드문드문 전해지고 있다. 금리인하, 차량 세금 인하에 힘입어 10월 중 신차 판매가 전월대비 17.7%의 상승세를 보였다. 10월말 발표된 소매판매지수도 올 한 해 7%에서 7.5% 성장으로 수정되는 등 비교적 양호한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됐다.
브라질은 한국과 지구 정반대에 있어서 이제 봄이 한창이다. 소매 판매의 반등 덕에 미약하긴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조만간 무더운 여름과 함께 브라질에 소비와 축제의 계절이 찾아온다. 연말에 브라질 근로자들은 ‘13번째 월급’이라는 보너스를 받는다. 2월에는 리우 카니발 축제가 있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인 여름이다.
브라질의 산업생산은 9월 말 기준 전년 및 전월 대비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고 정부의 환율 약세 유도 등 제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문의 본격적인 회복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다가오는 리우 카니발 축제와 함께 브라질 경제회복의 온도가 더 뜨거워지길 기대한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