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제1부인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초대 국가주석인 류사오치(劉少奇)의 부인 왕광메이(王光美)형, 초대 당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악처 장칭(江靑)형, 후진타오(胡錦濤)의 부인 류융칭(劉永淸)형이다. 명망가 집안에서 귀티 나는 외모와 좋은 머리로 태어난 왕 여사는 어려선 수학 천재였고 중국 여성 최초의 원자물리학 석사이며 영어가 유창했다. 해외 순방길에 오른 남편을 ‘치파오 외교’로 내조했다. 우아한 맵시와 프랑스어 발음으로 ‘미국은 유럽의 양자’라는 미국인의 콤플렉스를 날려버린 재클린 케네디 여사를 연상시킨다.
▷장칭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지정한 마오의 5대 비서 중 ‘생활비서’였다. 처음엔 ‘솔직하고 예절바른 현처양모’였지만 마오의 딸을 낳은 뒤로는 기고만장해져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혁명을 이끌었다. 왕 여사도 남편과 함께 문혁의 피해자였는데, 문혁의 원인 제공자로 보는 관점도 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왕 여사가 화려한 제1부인으로 시선을 독차지하는 사이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배우 출신 장칭의 질투심이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커졌다는 해석이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