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화 회동 긴박했던 하루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등 문화인 4110명 “文 지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4110명의 지지선언 행사인 ‘문화재인 12·19 선언’에 참석해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의 손을 잡고 문 캠프 선거운동 노래인 ‘사람이 웃는다’를 합창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25분간 단독 회동
약속 시간인 오후 8시보다 11분 먼저 안 후보가 회담장에 나타났고 문 후보가 곧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단일화 협상 중단 기간 정면충돌했던 두 후보는 인사말에서 협상 파행에 대한 지지자들의 우려를 털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회동은 오후 7시 55분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25분간 이뤄졌다. 6일 첫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배석자 없이 두 후보만 음식점 맨 끝 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실무자급의 사전의제 조율도 없이 만났다. 오후 8시 25분 회담장을 빠져 나온 두 후보는 환하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이어 문 캠프 박광온, 안 캠프 정연순 대변인이 19일부터 단일화 방식 협상팀을 가동하는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새정치공동선언 합의사항을 먼저 발표한 것이나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점으로 볼 때 이날 합의에서도 6일 첫 회동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안 후보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냉탕, 온탕 오간 양측 신경전
주말 동안 수차례 냉탕 온탕을 오가던 양측의 신경전은 18일 문 후보가 ‘단일화 룰’ 위임 의사를 밝히고 안 후보가 ‘단일화 성사 다걸기(올인)’로 화답하면서 극적 반전을 이뤘다.
문 캠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문 후보와의 통화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고 문 후보는 “어려운 결정에 감사드린다. 단일화를 성사시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후보는 그 무렵 단일화 룰을 안 후보 측에 모두 위임하는 방안을 깊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18일 오전 11시 캠프 핵심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 후보 측에 단일화 방식 결정권을 넘기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일부 인사는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만류했지만 문 후보가 ‘마음을 비우고 통 크게 가자’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문 후보는 낮 12시 반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논의할) 시간이 없다”며 단일화 방식을 안철수 후보 측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여론조사든 ‘여론조사+α’든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 (단일화 방식과 관련한) 세부 방법은 협상팀이 밤을 새워서라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광주를 방문 중이던 안 후보도 이날 낮 12시 지역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오늘 상경하는 대로 빠른 시간 내에 문 후보를 만나겠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문 후보의 릴레이 기자회견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다. 그는 오후 1시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들과의 공동인터뷰에서 “(협상 재개에) 아무 조건이 없다”며 “이 대표께서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셔서 진심으로 존중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에겐 “(단일화 협상 중단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은 회동을 위해 예정됐던 언론사 인터뷰도 모두 연기했다. 문 후보 측은 회동에 대비해 김대중도서관 등을 미리 물색했지만 이날 회동 장소는 안 후보 측이 최종 결정했다.
▶ [채널A 영상]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 재개 이유는?
이남희·길진균·장원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