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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LG·SK 17개 계열사 채용 담당자에게 물었다… “이런 면접 복장 어때요?”

입력 | 2012-11-20 03:00:00

인사팀장은 ‘블랙 & 화이트’를 좋아해
패션-광고회사는 ‘男 회색정장, 女 상아색재킷’ 최고로 꼽아




많은 기업이 올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과정의 하나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복장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고 싶지만 너무 튀는 옷을 입으면 오히려 면접관들에게 ‘찍히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LG그룹 15개 계열사와 SK그룹 2개 계열사의 인사팀장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면접 복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남녀별로 각각 5가지 옷차림을 사진으로 찍은 뒤 보여주고 선호하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게 했다. 그리고 순위를 그렇게 매긴 이유를 들어 봤다.

그 결과 대부분 업종의 면접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상은 검은색 정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맨 인 블랙’ 패션이다. 또 눈에 띄는 색깔의 안경테나 원색 원피스는 피해야 한다. 패션이나 광고회사 등 창의력을 많이 요구하는 기업에선 정장을 입더라도 천편일률적인 검은색보다 밝은 계열을 선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면접관은 면접 의상 자체가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지원자의 개성과 태도, 매너, 인성 등을 파악하는 데 참고사항이 된다고 전했다.

설문 응답자 대부분이 검은색 정장을 최고의 면접 복장으로 선택했다. 검은색 정장과 구두에 흰색 셔츠를 입고 푸른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맨 남성 사진에 대해 LG화학 LG하우시스 LG이노텍 LG실트론 LG서브원 LG전자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 CNS SK네트웍스 인사팀장이 최고점을 줬다.

검은색 치마 정장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 사진에는 LG전자 LG유플러스 LG상사 LG생명과학 LG서브원 LG실트론 LG엔시스 LG하우시스 LG화학 LG CNS SK증권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검은색 정장은 일반적인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면접 복장이다”(LG유플러스) “검은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는 신뢰감을 준다”(LG전자)는 코멘트가 나왔다. 이례적으로 광고회사인 HS애드만 남성의 검은 정장에 대해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느낌이 든다”며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 패션-광고회사는 ‘男 회색정장, 女 상아색재킷’ 최고로 꼽아 ▼

패션회사와 광고회사 등 일부 회사는 회색 정장(남성)과 상아색 재킷(여성)을 최고로 꼽았다. 회색 정장을 입은 남성 사진을 최고로 꼽은 회사는 LG패션 LG상사 LG디스플레이 LG엔시스 LG생명과학 SK증권 등이었다.

LG엔시스는 “밝아 보이는 색깔에서 신입사원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검은색 정장은 깔끔하지만 어두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천편일률적으로 검은색을 입고 오는 것보다는 밝은 색을 입고 오면 좀더 새롭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시된 옷차림 중에서 “벨트가 달린 신발이나 붉은색 손수건은 면접에 적당하지 않다”고 전했다.

HS애드 LG디스플레이 LG패션은 남색 원피스에 상아색 재킷을, SK네트웍스 LG생활건강 LG이노텍은 검은색 치마에 살구색 재킷을 입은 여성 옷차림을 부드러움과 단정함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든다며 최고점을 줬다.

 

○ 최악은 정장 대신 카디건, 원색 원피스


17개 회사 중 16개 회사가 최악의 복장으로 꼽은 곳은 정장 없이 카디건에 워커 부츠, 빨간 테 안경을 매치한 남성과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었다. LG생활건강은 남성 패션에 대해 “카디건보다는 면 재킷이라도 입고 오는 것이 격식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여성 패션에 대해 “튀는 걸 선호할 것 같아 조직문화에 잘 융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색깔이 강한 안경은 면접관과의 아이 콘택트를 방해한다”(LG이노텍)는 의견도 나왔다.

패션회사인 LG패션과 SK네트웍스 역시 이 두 복장을 최악으로 꼽았다. LG패션은 “패션회사라고 지나친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신입사원다운 단정함에 한두 가지 포인트로 자신을 부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SK네트웍스도 “너무 튀지 않으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 건 어떨까. 여성 바지 정장은 5가지 옷차림 가운데 4위에 머무른 가운데 “세련되지 못하고 경직돼 보인다”(HS애드)는 평가와 “전문직 여성의 면모가 보인다”(LG전자)는 의견이 엇갈렸다. 바지 정장에 최고점을 준 인사팀장은 한 명도 없었다.

남성 콤비(상하의가 다른 정장) 의상 역시 인기가 없었다. LG CNS는 “콤비를 입으면 옷에 우선 시선이 간다”며 “영업사원들이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튀지 않는 의상을 착용하듯 지원자들은 무난한 복장을 해야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내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구두도 검은색을 추천했다.

다만 HS애드는 콤비에 붉은색 손수건을 꽂은 의상에 대해 “고객과 미팅이 잦은 광고회사 특성상 패션 센스가 필수인데 단정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해 보인다”며 최고로 꼽았다.

격자무늬 셔츠에 재킷, 면바지를 입은 사진에 대해서는 “경력사원 같다”(LG유플러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면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LG전자)라는 다소 부정적인 응답이 나왔다.

○ “면접 대비 기본 복장은 검정과 남색”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면접관의 개인적인 선호를 회사의 선호도로 연결짓기 어렵다”(삼성), “단정한 차림이면 된다. 복장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현대차)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통해 면접 분위기를 들어봤다.

현대차는 면접자들에게 정장 차림을 하도록 주문한다. 2월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신입사원다운 감각을 보여주려고 보랏빛 넥타이를 맸다”며 “대부분 면접자는 검은색이나 남색, 일부가 짙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튀어보였다가 면접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점수가 깎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입사한 뒤에 보니 정장을 입지 않는 부서도 있어 지나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008년 근무 복장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신입 공채에서 ‘단정한 복장’을 권하고 있다. 7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면접 당시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구두를 신고 넥타이는 삼성의 로고색인 푸른색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면접자 중에 갈색 구두나 구두 모양의 운동화를 신고 온 사람도 눈에 띄었지만 면접관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